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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토지 뺏기고 강제 퇴거…선거 출마는 대 정부 항의 투쟁 가족 지키기 위해 출마...이번 지방선거 여성 후보 비율 27% 캄보디아의 44세 여성 속 다(Sok Da)는 투표에 참여한 후 줄곧 집권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 6월 4일 실시된 캄보디아 지방선거에서 그는 자신이 지지했던 당을 등지고 라이벌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에서 후보로 출마했다. 권력을 원하거나 거창한 야망 때문이 아니다. 3년 전 삶의 터전이었던 농토를 국가에 빼앗긴 그에게 있어 이번 선거는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훈센 총리가 30년 이상 장기 집권 중인 캄보디아의 지방 선거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464개 코뮌(commune)의 평의회 대표와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의 예비 조사 결과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약 500개 코뮌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야당의 선전이 화제다. 2012년 지방선거 당시 40개 승리에 그쳤던 결과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성장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정권교체까지 내다볼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CNRP 측은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성장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점은 여성 후보들의 활약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캄보디아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속 다처럼 많은 여성들이 국가 권력에 희생된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야당 후보로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캄보디아 정치권에서 여성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며 지방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미치지 못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2030년까지 남녀의 동등한 대표성을 목표로 하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참여를 선언했고 주요 정당들도 여성 후보 증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성의 정치진출은 여전히 남성들의 반대에 막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에 합류하는 것은 여성에게 있어 더 큰 모험이다. 여성인권단체 실라카(Silaka)의 타이다 쿠스(Thida Khus) 대표는 “야당 여성 후보들에게는 특히 협박과 폭력의 위험이 있으며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당 지도자들이 여성 후보를 선정하려고 해도 지역의 남성 정치인들의 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돈이 되는’ 지역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심하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에게 이번 선거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훈센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적토지양허(Economic Land Concession)가 있다. 캄보디아는 크메르루주 집권기에 토지소유권에 대한 문서들이 대부분 소각되었기 때문에 토지 소유권 등기가 없으며 마을 지도자에게 토지 임대 허가를 받고 10년 이상 살면 소유권을 얻게 되는 제도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법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토지 분쟁이 일어났고 캄보디아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 기업에 경제적토지양허를 실시하면서 살던 곳에서 갑자기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역시 CNRP 소속 후보로 출마한 27세의 여성운동가 쿰 라니(Khum Rany) 또한 토지 분쟁에 휘말린 여성들 중 한 명이다. 2014년 라니의 고향인 프레아 비히어에 불도저 두 대가 들이닥쳐 그의 사탕수수 농장을 한순간에 밀어버렸다. 여성 토지권 운동가인 텝 배니(Tep Vanny)는 고향 프놈펜의 보응깍 호수에서 강제 퇴거에 항의하는 투쟁으로 세 번이나 감옥에 수감된 바 있다. 응겟 찬 다라(Nget Chan Dara)는 1998년대 98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토지를 강제로 빼앗긴 68가족 중 한명이다. 이들은 훈센 총리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왕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CNRP 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토지 분쟁 희생자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선거에 나선 이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공식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25일까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번 선거로 여성 정치 진출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번 선거에서 1464개 코뮌의 여성 후보 비율은 27%이며 그 중 유력 지역의 여성 후보는 8% 미만. 이 중 당선에 성공할 여성은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지방선거 당시 코뮌 평의회 대표로 선출된 여성은 4.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