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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온 유아·초등생 대상 잡지 표지 분석해보니 남자는 리더·여자는 정리정돈 성적 고정관념 반영한 이미지 많아 ‘여성=꽃·사랑’ ‘남성=힘·리더십’ 등 성차별적 콘셉트 엿보여 고무장갑을 낀 여자아이가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을 수세미로 닦고 있다. 옆에는 갖가지 세제가 담긴 바구니가 놓였다. ‘오늘부터 정리정돈’이라는 표제가 붙었다. 한 초등학생 대상 월간지의 최신호 표지다. 주부 김모(43) 씨는 이 사진을 보고 놀라 SNS에 이런 글을 썼다. “정리정돈을 주제로 다루면서 꼭 여자아이를 모델로 써야 했을까요? 가사노동은 여자의 일이라는 성차별적 통념을, 아이들 교육 잡지에서마저 보여줘야 할까요? 아쉽고 답답합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유치원에 다닌다는 두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 이모(35) 씨는 아동 잡지들을 유심히 훑어보고 있었다. “애들이 보는 잡지는 아무래도 남녀를 더 평등하게 그릴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남자아이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으로, 여자아이는 예쁘고 귀엽고 보조적인 모습으로 그린 게 많아요. 제 아들들은 꽃도 분홍색 옷도 좋아하는데 그런 건 여자들만의 것처럼 표현했어요.” 여성신문이 올해 1월부터 6월 첫째주까지 발간된 유아·초등생 대상 잡지(계간지·월간지 포함) 24종, 총 123권의 표지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123장 중 20장(약 16%)이 성차별적 젠더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이 ‘조선의 세자’, ‘미국의 스트롱맨’,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로 분할 때, 여자아이들은 고무장갑을 끼고 바닥을 수세미로 닦거나, ‘뷰티 사이언스: 더 호감 가는 표정이 있다’라는 표제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분홍색 미니스커트, 분홍색 마술봉을 든 날씬한 ‘여성 히어로’와 근육질 몸매에 파란 수트를 입은 ‘남성 히어로’가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패러디해 여자아이 한 명과 남자아이 둘이 함께 ‘꼼짝 마!’라며 무기를 발사하는 표지도 있지만, 전형적인 이미지가 훨씬 더 많았다. 모델 연출 방식도 성별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여자아이들이 화관, 분홍색 프릴 원피스, 하늘빛 레이스 원피스, 하트 장식, 미니스커트 등으로 장식할 때, 남자아이들은 넥타이에 정장 차림, 스냅백, 청바지, 헤드폰, 농구공, 드럼 스틱 등과 함께 등장한다. 애초에 표지 모델로 여성을 기용한 표지가 많지 않았다. 과학·논술·수학·시사·영어 등 잡지 내용을 막론하고 표지 모델은 대개 ‘남성’이었다. ‘이런 리더 어때요? 놀라운 우리 리더’라는 표제의 배경으론 정장 차림의 남성 ‘슈퍼맨’이 등장한다. ‘재즈로 만든 수학 이론’을 표제로 한 표지엔 남성 재즈 뮤지션만 나왔다. 여성이 단독으로 등장한 표지는 약 11%(14개)뿐이었다. 출판사 편집부 측의 해명은 제각각이었다. A출판사 측은 “3개월 전 발간호에서 ‘일제 잔재 청산’을 주제로 다루면서 남자아이가 고무장갑을 끼고 스펀지를 든 사진을 넣었다. 같은 설정을 또 남자아이가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여자아이를 모델로 썼다”고 설명했다. B출판사 측은 “여아 모델이니까 귀엽고 예쁘게 찍었을 뿐인데 그게 왜 성차별이냐”라고 반문했다. C출판사 측은 “매 호 주제에 맞는 이미지를 구상해 제작할 뿐이다. 성차별이라곤 생각해보지 않았다. 만약 독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다면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사회학자·심리학자인 낸시 초도로는 사회의 기대치가 아이들이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 행동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어떤 아이도 흥미를 가질 만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흘러넘치는 시대다. 그러나 낡은 젠더 고정관념을 깨고 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드려는 시도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 씨는 “아동 대상 잡지는 아이들과 부모가 가장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 수단 중 하나다. 이런 잡지들이 성별 고정관념을 벗어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아동의 모습을 다양한 이미지와 콘텐츠로 보여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