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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원 208명·32% 달성…세계 39위로 상승 새 역사 쓴 영국 여성들의 승리…축배는 아직 일러 지난 8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역대 최다의 여성 의원 배출’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이 수립됐다. 이날 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의원의 수는 총 208명으로 하원 전체 의석의 32%를 차지하는 숫자다. 2015년 총선 당시의 191명, 보궐선거 직후의 196명보다 10명 이상 증가했으며 여성의원의 수가 200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된 여성의원 중에는 테레사 메이 총리, 앰버 러드 내무장관, 캐롤라인 루카스 녹색당 공동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포함됐다. 러드 장관은 2015년 선거 당시 강력한 상대였던 노동당의 피터 초우니를 물리치고 가까스로 당선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346표 차이로 힘겹게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보수당의 차기 리더로 떠올랐다. 캐롤라인 루카스 또한 200표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리했다. 208번째로 당선된 여성의원은 엠마 덴트 코드로 초선에 성공함으로써 노동당에 감격적인 승리를 안겨줬다. 176년간 보수당이 점령했던 센터베리 지역에서 노동당 후보 로지 더필드가 현역의원을 누르고 승리한 것도 이변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최초 당선자를 비롯해 연이어 3명의 여성 당선자가 발표되면서 잠시나마 ‘여성 100%의 의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여성돌풍’ 원인은 노동당 선전과 청년 투표 증가 이번 영국 총선의 여성 돌풍은 노동당의 선전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총선 후보자의 40.4%를 여성으로 할당하고 이들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 배치했으며 국가보건서비스(NHS) 강화 등 유권자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공약을 내세워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잡았다. 그 결과 노동당의 여성 의원 비율은 45%에 이르게 됐다. 노동당의 이와 같은 선거 전략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후보 절반을 여성후보로 채운다’는 노동당의 정책은 1997년 처음 실시되어 그 해 여성의원의 수가 37명에서 101명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이루는데 밑거름이 됐다. 2005년 노동당의 여성 할당 공천 제도가 완전히 정착한 후 영국 하원의 여성의원 비율은 27%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18~24세의 투표율이 72%에 달하며 특히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젊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가가 노동당의 선전에 도움이 됐다는 것. 2015년 선거 당시 이 연령층의 투표율은 43%로 EU 평균 투표율인 64%를 한참 밑도는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여성 정치의 약진은 숫자에서만 발견되지 않는다. 테레사 메이 총리를 비롯해 현재 영국 정치계에서 주요 당을 이끄는 인물의 과반수가 여성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이자 자치정부 수반인 니콜라 스터전은 메이 총리와 함께 영국을 이끄는 양대 산맥이며 메이 총리는 또 다른 여성 당수인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대표와 소수정부 출범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발전속도는 달팽이 수준…적극적 할당제 법률 필요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영국 여성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겨우 30%를 초과한 영국 여성의원 비율은 미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유럽국가나 남미 일부 국가들보다도 뒤쳐진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로 영국의 여성의원 비율 순위는 세계 46위에서 39위로 7계단 상승했다. 정당간의 차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동당의 경우 292석 중 119석이 여성으로 45%를 차지했지만 보수당의 여성 의원 비율은 21%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숫자 또한 70명에서 67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여성 자치수반이 이끄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여성의원의 비율이 감소했다. 이 지역에서 보수당의 득표가 늘어난 것이 큰 원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살아남아 의회로 다시 돌아온 13명 중 여성은 1명뿐이었다. 여성단체 포셋 소사이어티의 샘 스메더스 회장은 “여성의원의 수가 처음으로 200명을 돌파했다지만 그 비율은 이전의 30%에서 겨우 2% 늘었을 뿐”이라며 “달팽이 같은 느린 속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급진적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며 “각 정당이 최소 45%의 여성후보를 공천하도록 요구하는 할당제를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도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앱도는 최근호에서 자신의 잘린 목을 손에 들고 있는 테레사 메이 총리의 삽화를 표지에 실어 논란을 빚고 있다. 샤를리 앱도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으로 테러를 당했던 곳이다. 이번 총선에 처음 후보를 배출하며 관심을 모았던 여성평등당의 후보 및 직원들은 익명의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성할례반대운동가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님코 알리는 온라인상의 모욕발언 뿐 아니라 ‘조 콕스’라는 사인과 함께 살해 협박과 모욕적인 발언을 적은 편지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조 콕스는 지난 해 영국의 EU 탈퇴를 반대하다 극우성향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이다. 여성평등당은 이번 선거에 7명의 후보를 내보냈지만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소피 워커 당 대표는 보수당의 필립 데이비스에게 1.9%의 차이로 패배했다. 데이비스는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지키기 위한 법률에 반대하고 ‘페미니스트 광신도’ 경고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