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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경희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이사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립 1주년 부처별 산재한 취업·복지·교육 등 50~64세 정책 개발·지원 허브 정년퇴임 4년 전 교수 은퇴 선언하고 50+세대 인생 2막 돕기에 나서 행복한 노후, 배움 ·네트워크에 달려 흔히 50대를 가리켜 ‘지천명(知天命)’이라 한다. ‘하늘의 뜻을 깨달을 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50대 상당수는 스스로를 ‘낀세대’라고 부른다. 부모 봉양을 책임져야 하는 세대이자, 자신의 노후는 자식에게 맡기기 힘든 ‘어정쩡한’ 세대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이경희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50+세대는 우리사회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허리가 무너지면 돌봄이 무너진다”면서 “50+세대가 튼튼해져야 청년, 어르신이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플러스재단)은 ‘허리’ 역할을 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종합지원기관이다. 서울시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50~64세 중장년층을 ‘50플러스 세대’라 이름 붙이고 이들의 ‘인생 2막’을 돕기 위해 지난해 4월 설립했다. 부처별로 산재한 취업, 복지, 교육, 상담 등의 중장년정책을 통합해 50플러스 세대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트롤타워’이자 ‘싱크탱크’인 셈이다. 50플로스세대는 이곳에서 공부하고, 친구를 만나고,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며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노년의 상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50플러스재단의 초대 수장을 맡은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기관의 토대를 만드는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보니 모든 업무는 ‘맨땅에 헤딩하듯’ 해야 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선 민간 주도로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사례가 있지만 지자체가 나서 중장년층 종합지원기관을 만든 선례가 없어서다. “전쟁 치르듯이 했다”는 이 대표의 말에서 그 간의 어려움이 어렴풋이 전해졌다. “우리가 배울만한 완성된 모델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여러 나라의 사례를 조금씩 배우고 시험적으로 시도됐던 여러 운동들을 모으면서 50+재단의 방향도 정해나가야 했어요. 특수한 우리나라의 일자리 상황 때문에 더 쉽지 않았죠. 그래서 지난 1년은 실험과 도전의 과정이었어요.” ‘새길’을 내는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도 50플러스재단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1년간 50플러스캠퍼스 이용자만 8만5453명이다. 50~64세가 이용자의 80.4%를 차지했고 전체 이용자 가운데 여성이 55.5%로 남성보다 더 많았다. 특히 50플러스캠퍼스를 대표하는 ‘시그니처’(Signature) 강좌인 ‘인생학교’는 50명 정원에 100명이 지원할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졸업한 지 ‘한참’된 5064세대가 다시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하나다. 새로운 체험, 새로운 관계 맺기로 인생을 전환하고 싶다는 욕구. 나이 때문에 재취업은 꿈도 못 꾸고 퇴직금으로 ‘치킨집’ 밖에 할 게 없다고 여기던 이들도 인생학교를 통해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인생학교에 지원하는 분들은 ‘지난 인생에서 뺄 것과 앞으로 인생에서 더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써서 제출하셔야 해요.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건지를 찾아가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교육 수료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아요. 한 남성 졸업생은 ‘인생학교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하셨고, 어떤 여성분은 ‘그동안 냈던 세금이 처음으로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교육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대표도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선배’다. 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미술대학원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가정관리학과를 거치며 학자의 길을 걸었다. 중앙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대한가정학회 회장, 한국주거학회 회장, 중앙대 생활문화산업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강연과 강의에 집중하던 이 대표는 “자기주도적인 의사결정이 존중되는 사회와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년퇴임을 4년 남겨두고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났다. 은퇴와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라는 경험을 먼저 겪은 그는 50플러스세대에게도 꿈을 꾸자고 부추긴다. 50플러스재단은 설립 1주년을 맞아 ‘50+의 가능성을 열다’라는 표어를 발표했다. 경험과 지혜를 살려 사회의 주인공으로 앞서가는 50플러스 세대, 다른 세대와 소통하고 연결돼 사회를 이롭게 변화시키는 50플러스 세대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선배’로서 50플러스세대에게 “끊임없이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기술과 사고를 빨리 받아들여야 해요. 지금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은행 업무도 컴퓨터와 스마트폰 앱으로 다 하는데 이걸 못하면 몸이 고달프죠. 유연한 생각으로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게 중요하죠. 네트워크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요. 끊임없이 친구를 만들고 이 친구들과 새로운 일을 시도해야 해요. 결국 50세 이후의 인생은 유연한 사고와 네트워크에 달려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