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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결혼을 통해 결합한 이성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가족’이라는 틀에 가둬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가족(the family)은 가족들(families)로 존재해 왔습니다. 한부모 가족, 동성애 가족, 다문화 가족, 1인 가족 등 ‘정상가족’의 틀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이웃에 존재하는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결혼 말고 내 삶’ 택한 여성들 여러 나라서 여행하며 살아가고 여성 공동체 삶 계획하기도 “여성 1인 가구 위한 주거·안전 관련 법 제도 필요” ‘결혼-임신-출산’.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의 ‘정상’적 삶이다.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지고, 결혼한 후에는 아이 낳을 몸으로 다뤄진다. 소위 ‘정상 루트’를 벗어나려는 기미가 보이는 여성에게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결혼과 출산을 권한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학력·고스펙 여성들이 저학력 남성과 하향결혼하게 유도할 백색 음모가 필요하다’며 이를 출산율 제고 대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에 맞서 ‘정상성’에 균열을 내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결혼 외에 다른 길을 택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글이 폭발적 반응(1만7400여명 리트윗)을 얻으며,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끌어냈다. ‘결혼 말고 내 삶’을 택한 여성들은 말했다. “나는 계속 나답게 ‘나’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프리랜서이자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이라는 신예희(42)씨는 현재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는 생활 방식을 실험 중이다. “20년 열심히 일했고, 주거 안정을 획득하니 주변의 오지랖이 쑥 들어갔어요. 올해는 여러 나라에서 몇 달 씩 살아보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한 나라나 지역을 2~3주간 여행해요.” 그는 태국 치앙마이를 거쳐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살고 있다. 곧 다른 나라로 이동한단다. 그동안 일하며 경험하고 느낀 것, 현재 실험 중인 생활 방식을 기록으로 남겨 책으로 펴낸다는 계획이다. 신씨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결혼에 대한 의무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양육 방식 덕분이죠. 부모님은 제 이야기를 중간에 끊으며 야단치지 않으셨어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끝까지 들어주셨죠. 덕분에 제가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이모(33)씨는 “부모님과 여러 명의 자매, 고양이, 반려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며 “자매가 많아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같은 여성 공동체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곤 한다”고 했다. 비혼을 택한 이유는 뭘까. “평온해 보이는 가정의 뒷면에는 엄마의 침묵과 희생이 있었어요. 이러한 불평등이 제 세대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알게 됐죠. 몇몇 가정의 좋은 예를 보고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제겐 도박처럼 느껴졌어요. 국가가 결혼·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해도 한국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인식이 타파되지 않는 한 한계가 있겠다 싶어 비혼을 다짐하게 됐죠.” 현재 중소기업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은미(가명·31)씨는 고양이 셋과 함께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이씨는 비혼을 결심한 이유로 ‘임신·출산 및 자녀 양육 문제’, ‘경력단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등을 꼽았다. “저는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제 일을 사랑하는데, 아이를 낳게 되면 경력단절이 생기잖아요. 대기업에도 있어봤는데, 회사에서 육아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대부분의 선배들이 양육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걸 보면서 비혼이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겠구나 싶었어요.” 실제로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공동연구진이 2016년 전국의 만18세 이상 1052명(남성 476명, 여성 576명)을 대상으로 결혼만족도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결혼생활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비율은 여성 53.7%, 남성 72.2%였다.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을 ‘여성의 일’로 보는 가부장제 답습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이 저녁식사 준비·세탁·집안 청소 등의 지표를 이용해 여성과 남성의 가사 참여 정도를 측정한 결과, 여성의 가사 분담률은 79.9%에 달했다.(▶관련 기사: 결혼생활 만족도 여성이 남성보다 낮아…가부장 문화 여전) 결혼과 임신·출산을 여성의 보편적 삶으로 정의내리는 편협한 인식은 여성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신씨는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불편으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소한 모욕”을 꼽았다. “결혼-임신-출산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것을 따르지 않는 저를 미완성 상태라고 생각해요. ‘괜히 재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결혼하라’며 채근하죠. 그런데 몇 년 전 주거 안정을 획득한 후 간섭이 많이 줄었어요. 제가 계속 잘 벌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으니 앞으로도 혼자 잘 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한편으론 왜 내가 나의 행복과 평안을 증명하고 인정받아야 하는지 의문이죠.” 이씨는 “아이가 없는 제 미래가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특히 “그들이 말하는 ‘아이가 있는 미래’는 간병을 해주고 장례를 치러주는 등의 보험의 의미가 강해 더 불쾌하다”고 털어놨다. 이은미씨도 “나는 ‘결혼을 안 하겠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니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왜 결혼을 안 하냐. 네가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렇다. 나이 들면 애가 좋아진다’는 둥 내 가치관에 자신들의 잣대를 맘대로 들이밀곤 한다”고 토로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고양이랑 사는 게 더 좋습니다’라고 답해요. 그런데 매번 그러는 것도 지치죠. 면접 볼 때도 제 나이를 보곤 ‘곧 결혼하시겠네요’라고 하는데, ‘비혼주의’라고 답하면 믿지 않아요. 또 제가 본가에 갈 때마다 아버지가 ‘다음에는 애 안고 내려오라’고 하시는데, 저를 ‘손자 안겨주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아 싫어요.” 이은미씨는 퇴근 후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서 뒹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남자친구보다 고양이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이상하다’고 하는데, 전 그게 진짜 가장 행복해요. 고양이한테 돈 쓰는 게 너무 좋습니다. 고양이 용품 사러 다니고, 고양이 관련 세미나 들으러 다니는 것도 너무 좋아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매순간이 새롭고 짜릿해요!(웃음)”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주거와 안전 문제를 겪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20~30대 여성 1인 가구 700명을 온라인·면접 조사한 결과(서울 1인 가구 여성의 삶 연구: 2030 생활실태 및 정책지원방안, 서울여성가족재단, 2016), 44.6%는 ‘일상생활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36.3%는 ‘현 주거지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우려되는 범죄유형으로는 성희롱과 성폭행(45.9%), 주거침입절도(24.7%), 납치·인신매매(11.2%) 등을 꼽았다. 이씨는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정에게 집중된 주택공급 정책을 비혼 여성에게도 적극적으로 펼쳤으면 한다”며 “특히 경력이 단절된 기혼 여성이 이혼 후 겪는 경제적 추락, 주거 불안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스토킹, 성폭행 등 각종 범죄는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행위임을 알리고, 전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면서 “아울러 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신고를 제대로 접수하고 수사하길 바란다. 경찰의 미온적 대응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갈 여성들을 위한 응원의 말도 전했다.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다독여주세요. 건강과 돈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번 돈은 남이 아니라 내가 쓰겠다는 마음을 가지세요. 누군가의 비빌 언덕 혹은 돈주머니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신씨) “결혼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고, 남들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해서 꼭 자신도 그 길을 갈 필요는 없어요. ‘난 아직 더 일하고 싶은데’ ‘결혼 안 하면 나중에 외롭지 않을까?’ 등의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좀 더 현재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일하고 싶으면 질릴 때까지 일해보고, 외로움에 관한 걱정은 나중으로 미뤄두자고요.”(이은미씨) “어떤 선택을 하든 여성분들 각자의 삶을 응원합니다. 저도 가능한 매번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우고 시도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