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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 세 자녀 키운 워킹맘 손녀 본 뒤 박사학위 미투·성평등 개헌 등 이슈에 적극 대처하며 ‘젊은 Y’ 만들기 앞장 성불평등한 문화·제도 법 개정으로 바꿔야 창립 1세기를 4년 앞둔 한국YWCA연합회(Young Women’s Christian association of Korea)는 현재 활동 중인 가장 오래된 여성단체이면서도 이름처럼 여전히 ‘젊은(young)’ 단체다. 지난 2월부터 YWCA를 이끄는 한영수 회장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면 늘 맨 앞에 섰다. 평소 나서기보다는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회장직을 맡고 나선 달라졌다. 남편이 “데모꾼 다 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그는 집무실에 걸린 역대 회장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회장이 되고보니 역대회장님들이 얼마나 헌신하셨는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YWCA는 한국 여성운동사를 대표할 만큼 역사도 길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52개 지역YWCA와 300여개에 이르는 부속시설이 있고, 실무활동가 3000명, 회원 수는 10만명에 달한다. 한 회장의 말에서 방대한 규모의 조직을 이끄는 대표로서 느끼는 무게감이 전달됐다. 한 회장은 대학 강단에서는 뇌과학자다. 그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20년 넘게 생명과학 강의를 해왔다.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세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다. 일을 하면서 세 자녀를 돌보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그에게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늘 그의 마음 속에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었고 손녀를 돌보면서도 공부의 끈을 놓치 않았다. 현재는 한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며 여성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여성운동과 뇌과학이 선뜻 연결되지 않지만 그가 YWCA와 처음 연을 맺은 것은 벌써 50년 전이다. 그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YWCA 활동을 시작해 대학YWCA 회장을 맡았다. 본격적인 활동은 1992년 청소년위원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후 한국YWCA연합회 위원, 실행위원, 회원Y협력지원위원장, 복지사업단 이사, 부회장을 역임하며 30년간 헌신했다. 그는 자신을 ‘징검다리’라고 표현했다. “100년의 YWCA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결정하고 어떻게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조직과 구성원을 우선하는 그의 말에서 섬김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다. 한 회장은 YWCA의 새로운 시작이 될 100주년을 앞두고 2018~2019년 운동과제로 탈핵생명, 성평등, 평화통일, 청소년청년운동을 꼽았다. 특히 젠더 관점과 지역성을 강화한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으로 지역 여성운동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회장 취임 뒤 100일 간 미투 운동부터 성평등 개헌, 평화통일 등 굉장히 많은 이슈가 이어졌습니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특히 미투 운동이 촉발되면서 YWCA도 기자회견, 거리 캠페인,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탈핵운동에 이어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분야가 됐습니다. YWCA는 성평등, 탈핵, 평화운동뿐 아니라 소비자운동, 청년․청소년운동, 돌봄정의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청소년금융교육,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27개 여성직업훈련기관, 40개 여성폭력 관련 시설과 어린이집, 사회복지관, 노인복지시설, 생명숲돌봄센터 등 부속기관을 통해 복지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와의 연대활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과의 회의와 행사만 해도 하루가 모자를 정도입니다. 제가 취임식에서 ‘회원들을 뜻을 겸허히 받들어 소통에 힘쓰며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특히 회원YWCA 활동 현장에 함께하는 것만큼 중요한 소통도 없다고 생각해 꼭 참석하고 있습니다.” -조직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하나의 정책고 입장을 결정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YWCA는 사업이 한번 결정되면 지속적이고 대대적으로 진행하지만, 결정 과정은 민주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오래 걸리고 품이 많이 듭니다. 일례로 YWCA의 정책 결정은 2년 단위로 이뤄집니다. 하나의 운동과제를 정하기 위해 지역에서는 지역위원회, 전국사무총장협의회를 거치고, 한국YWCA연합회에서는 각 상임위원회, 임원회, 실행위원회를 거칩니다. 이렇게 토론하고 수렴된 의견은 다시 전국 52개 지역YWCA와 연합회 대표들이 참석하는 정책협의회, 정기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YWCA 의사결정이 다소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회원들의 단결된 한 걸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민주적 의사결정 원칙이 96년간 지속된 YWCA의 힘이자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투 운동처럼 급박하고 중요한 현안은 연합회 임원단이 책임지고 최대한 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대처 합니다.” -미투 운동이 사회 변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올 초 서지현 검사의 검찰 조직 내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초기 성폭력 피해고발이 쏟아지면서 사회적 파장도 컸습니다. 최근 관련 뉴스가 적어지면서 더디다고 느낄 수 있지만, 미투 운동과 미투 운동이 가져온 변화의 속도는 결코 더디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폭력과 억압의 경험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고, 성차별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사회도 더 이상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게 됐습니다. ‘미투’ 이전과 ‘미투’ 이후의 한국 사회는 분명히 달라졌고,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투 운동이 사회변혁으로 이어지려면 드러난 성폭력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 사회 인식과 남녀의 불균형한 권력관계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성차별적인 법, 제도와 사회운영 원칙을 바꿔야 합니다. 법이 바뀌면 의식은 따라 옵니다.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기득권은 내려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의식을 바꾸는 방법은 법 제도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YWCA는 그동안 성평등 개헌 운동을 주도해 왔는데요. 6월 개헌은 무산됐고, 대통령이 제시한 개헌안에는 ‘성평등’ 의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YWCA는 30년 만에 추진되는 10차 개헌에서 국민주권과 기본권의 강화를 촉구했는데, 특히 기본권 중 하나인 평등권에서 성평등 헌법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참여보장 명시와 출산·양육 등에 대한 국가의 의무조항 등을 마련해 여성계가 힘을 합쳐 개헌촉구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월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됐죠. 이번 헌법 개정 무산은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대통령 개헌안은 여러 면에서 진일보한 측면도 있지만, 성평등 헌법을 만들자는 여성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안이었어요. YWCA를 비롯한 여성계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을 없애기 위한 가장 중요한 헌법 정신으로 남녀동등 참여를 요구해왔는데 대통령 개헌안은 ‘남녀동수 대표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죠. 저를 포함해 여성단체가 함께 5개 정당 대표를 직접 만나 헌법 개정에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명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선뜻 받아들이는 정당은 없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헌법에 성평등 정신을 담고, ‘남녀 동수’를 명시해야 따라서 사회 전반의 문화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북미정상회담 날짜도 결정됐습니다. YWCA가 평화통일운동을 해온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반가우실 것 같습니다. “YWCA가 평화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1997년부터는 회원 성금으로 북한 어린이 건강권을 위한 분유지원, 의료시설 지원 등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고요. 2013년에는 북한어린이돕기사업단을 발족해 ‘내 식비의 10분의 1을 북한 어린이와 함께’라는 구호를 내걸고 모금운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2013년, 2016년 두 차례 지원이 중단된 적도 있는데 작년에 재개돼 현재 격월로 1200만원씩 1년간 7200만원의 분유를 보냅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노력이 속도를 낼수록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도 더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YWCA도 북한 여성과의 교류 등을 모색하고 있는데, 앞으로 북측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요청되는 사안을 검토해 북한 여성들의 건강권, 사회권 보장을 위한 일에 우선적인 지원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여성신문과 범여성단체가 공동 주최한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1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문재인 정부는 현직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수습하고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비핵화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이뤄내는 등 대북, 외교, 안보 분야의 성과는 크게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성평등정책 분야는 낙제점 수준입니다. 앞서 지적했지만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남녀동등 참여도 대통령 개헌안에서 빠졌고, 국정의 주요 위원회 독립기구 구성에서 여성참여 비율도 매우 낮았고요. 이번 남북정상회담만 보더라도 15명 배석자 중 여성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한 사람뿐 아니었나요. 문 대통령은 당선 전에 약속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반드시 지켜야 해요. 차별과 억압을 해소하기 위한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 진정한 평화의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평화의 주체인 여성의 동등한 참여부터 보장돼야 합니다.” -30년 넘게 꾸준히 YWCA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YWCA 활동은 제가 살아온 흔적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회활동을 해야 마음에 기쁨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YWCA의 투명성은 96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정책을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합의하고 반드시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기에 신뢰할 수 있었지요. 말만 우선하는 단체가 아니라 언행일치 조직이라는 점도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4년 뒤 YWCA 창립 100주년입니다. 100주년을 향한 YWCA의 계획은. “YWCA는 젊은 기독여성들의 시민공동체로서 출발했습니다. 정의, 생명,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922년 창립부터 지금까지 활동해왔어요. 100주년은 YWCA에게 새로운 100년을 여는 시작이자 100주년을 넘어 계속될 YWCA 역사 속에서 창립정신이 이어지도록 시대적 책임을 다시 한 번 결의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청년성과 자발성에 근거한 기독여성운동으로서 YWCA 초기정신을 회복하고, 그 정신에 기반한 여성운동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YWCA 청년성을 지닌 젊은 리더십을 기르고, 회원들이 자발적 참여를 높이는 일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현재 100주년을 향한 글로벌 청년리더십 양성을 위한 ‘Y 피스보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YWCA 여성평화순례 한라에서 백두까지’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