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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는 워킹맘이다. 사업과 육아, 옥스퍼드 대학 파트타임 석사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사는 생활이라서 가끔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여성은 아직도 내조, 육아를 우선해야 한다는 한국적 사고방식 때문에 마음에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주변을 돌아보니 영국 엄마들은 한국 엄마들보다 죄책감 없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석사 과정에 지원하며 고민하는 필자에게 영국인 시어머니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마이기 이전에 나는 꿈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 마음껏 도전해보라’는 시어머니의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석사과정을 밟는 같은 학년 친구 65명 중 25명 정도가 여성이다. 그중 절반은 필자처럼 일, 공부,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세계 각지 출신의 친구들과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꼭 필요한 ‘성공요건’이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이다. 여자건 남자건 어린 나이에 꿈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많은 여성이 자신의 꿈을 뒷전으로 미룬다. 물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게 꿈인 여성들도 있겠고, 그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겠다. 그러나 만약 사회 활동을 하는 게 꿈이라면, 그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필자와 함께 석사과정을 밟는 친구들은 직장 승진, 창업, 새로운 직장 등 확실한 꿈을 갖고 있다. 그들을 보며 필자도 건전한 자극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정신력과 체력’이다. 옥스퍼드 대학 석사 과정에 지원하려면 시험, 지원서, 인터뷰, 추천서 등 준비과정에만 몇 달이 걸린다. 석사 과정이 시작되면 5주에 한 번씩 1주일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6시~7시까지 계속 강의를 들어야 한다. 강의가 끝나면 매일 저녁 식사나 파티 등에 참석해야 한다. 나머지 5주 동안은 숙제, 에세이,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또 공부를 위해서 별도로 1주일에 최소한 6시간씩을 할애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여기에 시험 준비까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석사과정을 도중하차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할 때는 일과 육아보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겠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 1주일에 6시간씩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보통 취침 시간을 줄여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정신력과 체력이 참 중요하다 하겠다. 주변 환경 또한 중요하다. 특히 워킹맘들에겐 ‘남편과 회사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필자의 남편은 필자의 꿈을 존중해주고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대학에 가서 공부할 동안 자신이 휴가를 내거나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도맡고 있다. 필자 주변 친구 대부분이 이렇게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석사과정을 수료 중이다. 내 꿈을 찾아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필자는 부모로서, 특히 여성으로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당사자에게도 슬픈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들을 통해 다시 이뤄 보고 싶은 심리가 교육열 과잉으로 표출되는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판사가 되길 원하셨지만 꿈을 접고 육아와 내조에 전념하셨다. 어머니는 자녀 교육에 많은 힘을 쏟으셨고 필자는 “커서 변호사가 돼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다. 지금 필자의 어머니는 딸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싶다고 말씀하신다. 한국의 교육열은 외국에서도 유명하다. 물론 사회적 배경, 지극히 경쟁적인 교육 현실, 학연과 지연이 여전히 중요한 사회 분위기 등 많은 이유가 있겠다. 아직도 여성이 사회생활을 통해 꿈을 이루기 힘든 한국의 상황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어머니처럼, 우리 세대의 엄마들도 못 이룬 꿈을 아이들을 통해 이룰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교육열은 나쁜 게 아니다. 필자도 어머니의 교육열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그런데 너무 심한 교육열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찾아갈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닐까. 여성도 한 남자의 아내,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의 꿈을 여한 없이 추구할 수 있다면, 한국의 교육열이 조금 더 균형을 찾게 되지 않을까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