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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성평등’ 만들어가는 사람들] 페미니즘 교육, 불법촬영 근절, 여성 건강권·재생산권 등 2년째 다양한 성평등 의제를 만들고 사회를 바꿔나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본 기획기사는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여성신문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8 성평등 문화환경조성사업’ 중 ‘성평등 문화 홍보 캠페인’의 하나로 진행됩니다.​ ‘일상의 성평등’ 만들어가는 사람들 ① 초등성평등연구회 페미니스트 교사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2주기’ 맞아 ‘피해자 탓’ 왜 잘못인지 말하는 수업 열어 지난 17일은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 2주기였다. 이날 서한솔 교사가 담임을 맡은 서울 한 초등학교 5학년 한 반에선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학생들은 강남역여성살해사건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했다. 또 학교에서 배운 성폭력 예방 수칙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피해자의 행실을 비난하는 말이 왜 나쁜지 등을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밤에 돌아다녀서 이런 일이 있는 건가? 내가 너무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다녀서 그런가? 내가 요즘에 남자한테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성차별과 그로 인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나는 죄가 있는데(성차별한 적이 있는데) 너무 찔렸다. 피해자 예방 교육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말을 못 하는 이유는 거의 다 (성폭력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피해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배우지, 가해자가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건 안 한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가해자만 없으면 다 안 지켜도 되는 규칙이다. (학교에서) ‘가해자가 되지 말자’고 교육하면 좋겠다.” 이는 서 교사 등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교사들이 준비한 ‘강남역 사건 계기 수업’의 한 사례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교사들의 모임이다. 전국 초등교사 약 13명이 뭉쳐 다양한 페미니즘 수업, 교과서나 미디어 콘텐츠 속 성차별 표현 찾기 등을 기획·진행해왔다. 이들이 최근 진행한 ‘강남역 사건 계기 수업’은 ▲교육부 성교육표준안의 성폭력 예방 행동요령을 읽고 아쉬운 점 말하기 ▲성폭력은 가해자 탓인지 피해자 탓인지 토론하기 ▲끔찍한 살인사건 중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유독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유가 뭔지 말하기 ▲사건을 둘러싼 여러 주장을 담은 글을 읽고 어떤 글의 내용이 가장 타당하고 공감 가는지 토론하기 ▲사건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적어 추모 포스트잇 붙이기 등으로 구성됐다. 초등성평등연구회 회원이자 이날 수업을 진행한 ‘솔리’ 교사는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한마디 한마디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 매끄럽게 이끌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 스스로 이 사건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을 저보다 훨씬 잘 찾아줬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약자임을 매일 느끼고 있어서 페미니즘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하면 어른들보다 더 쉽게, 빨리 이해한다”고 말했다. 교과서·미디어 속 불평등 찾고 성평등 수업 기획안 만들어 공유 그간 경험 담은 책 내고 인권상도 받아 “젠더감수성 낮은 교사들부터 변해야 학교 바뀐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이번 수업 말고도 다양한 성평등 수업을 진행해왔다. ‘뽀로로’ ‘코코몽’ 등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성평등한지 짚어보기, 역사 속 여성 인물 찾기 등이다. 다른 교사들도 참조할 수 있도록 ‘성평등 수업안’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서 교사는 “페미니즘은 또 하나의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 가깝다. 국어 수업에서도, 영어 수업에서도 페미니즘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매달 1회 모여 교과서나 미디어 콘텐츠 속 젠더 불평등 이슈를 논의하고, 문제를 찾아 공론화하기도 했다. 이 중 9명은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려는 노력과 고민, 그간의 성취를 담은 책 『학교에 페미니즘을』(마티)을 최근 펴냈다. 지난 1월엔 ‘제7회 이돈명인권상’을 받았다. 시상자인 천주교인권위원회 측은 “(연구회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실질적 성평등 과제를 초등학교까지 넓혀 사회적 확산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들은 ‘페미니즘 교육이 결국 한국 사회를 바꿀 열쇠’라고 말한다. 온라인상 만연한 혐오발언, 불법촬영 범죄 등은 10대를 위한 페미니즘 교육이 부재한 현실에서 비롯됐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최근 ‘스쿨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온 학교 내 성폭력을 해결할 길도 결국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했다. 서 교사는 “관건은 강력한 교사 교육이다.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교사들이 정말 많다. 이들이 바뀌어야 학교도 바뀐다. 교과서의 성차별적 표현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며 정부에 조속한 페미니즘 교육 이행을 촉구했다. 정부도 올해 ‘페미니즘 교육 추진’을 약속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월 “페미니즘 교육은 체계적인 인권 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올해 교육부 예산 12억원을 들여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 연내 재개 ▲통합적 인권교육 내용을 담은 교수·학습자료 개발·보급 ▲교장·교감·초중등 핵심교원 연수 과정에 인권교육 추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