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전체메뉴 보기
  • SNS 기사 공유카카오톡으로 보내기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 2018 여성신문 30주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SINCE 1988 : 여성운동 · 페미니즘 · 젠더민주주의

    성평등 사회로 가는 디딤돌,
    ‘여성신문’과 함께 해주세요.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 중 174명만이 구조됐고, 지금도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승객들을 내팽개친 채 자신들만 살겠다고 배에서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과 반인륜적 행동이 빚어낸 대형 참사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다림이 통곡으로 변하고, 분노보다 슬픔이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침몰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총체적 난맥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정부가 안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현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국가 재난 시 안행부 장관을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대형 참사가 터지자 정부는 “‘중앙’에서 제대로 지휘하지도, ‘안전’을 지키지도, 그리고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면서” 우왕좌왕했다. 결국 혼선과 함량 미달이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국무총리가 총괄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새로 꾸려지면서 중대본은 유명무실한 기구가 돼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초동 대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질책했다. 오죽하면 유가족들이 “살릴 수도 있었는데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실종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거칠게 항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명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이번에 침몰한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라 정부의 재난위기대응 시스템도 가라앉고 있다. 많은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재난위기 관리 대응 능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재난청 신설과 같은 하드웨어식 접근이 아니라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이나 재난과 관련한 전문 인력의 확보,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 국민에 대한 교육, 정교한 대응 매뉴얼 수립 등이 포함돼야 한다. 더불어 위기 시 현장과 부처 간 협업과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여객선 침몰 사고로 정치권이 숨을 죽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선 일정을 중단하기도 했고, 지방선거 연기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여야 모두 연기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먼저 얘기를 꺼내면 언론의 뭇매를 맞을까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여하튼 이번 침몰 사고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악재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는 첫째, 꺼져가던 ‘정권 심판론’이 새롭게 점화되고 있다.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총체적 부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심판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정부가 그동안 주도해온 ‘통일 대박론’, 규제 개혁, 공기업 개혁 등의 이슈가 다 사라져버렸다. 이슈 주도권을 상실한 것은 여권 입장에서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선거는 어떤 프레임이 잡히느냐가 중요한데 야권은 ‘국민 안전’에 대한 부분을 공격할 것이고 여권이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셋째, 경선 흥행을 통해 바람을 일으키려던 여권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차분하고 조용하게 치러질 것이다. 심지어 ‘로고성이 없는 최초의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현직 광역단체장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서울시장과 인천시장은 야당이 현역이다. 넷째,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승리의 주역이었던 40대 여성들의 표심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번 사고로 자식을 잃은 엄마와 동세대인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가 응징 투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분명 이번 침몰 사고로 수세에 몰렸던 야당이 반격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이 반사이익만을 노리며 정부 비판에만 매달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부시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엘 고어는 “부시는 나의 최고 사령관이다”며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 야당에도 진정 필요한 것은 초당적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철학과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