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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발생 14일 만에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 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아픔과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면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사과에 대해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우선, ‘지각 사과’ 논란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정부의 부실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강하게 질책했지만 정작 사과는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형 사고가 터지면 사과부터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10월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로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8일 만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형 안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는 데 국민 앞에 거듭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6월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으로 23명이 숨지자 다음 날 합동 분향소를 찾아 “대통령으로서 미안하다”고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을 당시 사고 발생 사흘 만에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 여하튼 박 대통령의 사과는 역대 대통령들에 비하면 아주 늦은 편이었고 분노한 민심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를 한 것처럼 보였다. 둘째, ‘간접 사과’ 논란이다.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 국민 앞에 서지 않고 국무회의 발언을 빌린 것은 큰 패착이었다. 오죽하면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 대책회의는 “5000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며 비판했다. 셋째, 책임 회피 논란이다. 대통령 사과에는 내 탓이라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 빠졌다. 또한 대통령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과거 적폐를 강조하고 있는 데 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는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여하튼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사과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랐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유가족에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국가 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현재와 같이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챙기고 깨알 지시를 내리면 장관들이 대통령 눈치만 보면서 그저 받아쓰기에 바쁜데 무슨 내각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총리를 바꾸고 장관을 새로 임명해도 조직을 맡은 공직자들에게 책임만 묻고 권한을 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대통령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청와대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총리와 장관이 권한과 소신을 갖고 국정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역대 최약체 내각이 최강의 내각으로 거듭날 수 있다. 더불어 대통령은 자신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과 청와대 참모들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 그동안 청와대 참모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함량 미달이다. 정무적인 판단 능력은 장삼이사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이밖에 대통령은 정치를 중시하고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최근 규제개혁 점검 회의를 통해 모든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하책이었다. 나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환경, 안전, 안보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직결된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