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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참으로 절묘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총체적 실정 때문에 새누리당이 완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수치상 한 석을 잃었지만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두 곳에서 이기고 최대 격전지였던 '텃밭' 부산을 사수했다. 새정치연합은 전체 17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 9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7곳에서 승리한 것과 비교해보면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승리했고, 대전․충청의 중원 지역을 싹쓸이 했다. 전략공천으로 시끄러웠던 광주에서도 승리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국민(demos)과 지배(kratos)가 결합된 개념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에 의해서만 권력이 창출된다. 국민이 주인인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선거이고, 국민을 위해 일한 사람은 지지받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심판받는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와 관련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누구를 위한 선거였나?” 앞으로 4년간 지방 행정과 교육을 이끌어갈 일군을 뽑는 선거였는지 회의가 든다. 여야 모두 선거 막판 박근혜 대통령을 들먹이며 표심을 자극했다. 새누리당은 노골적으로 “박근혜를 구해 달라”고 읍소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는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는 구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대통령의 눈물 닦아주자는 새누리당과의 싸움이다”고 규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선거는 ‘박근혜 선거’로 변질됐다. 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책임을 묻되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선거 결과가 던진 이런 정치적 함의와는 별개로 이번 선거는 많은 한계를 노정했다. 무엇보다 정책은 실정되고 네거티브가 난무한 선거였다. 여야 모두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조용한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선거 막판이 되니까 흑색선전, 상호 비방,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네거티브와 검증은 구별되어야 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통한 상대 후보 흠집내기는 선거의 질을 떨어뜨렸다. 둘째, 생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역이 되어야 할 여성 후보자들이 푸대접을 받았다. 여야 지도부 모두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대표성 제고를 들먹였지만 모두 국민을 속였다. 여성계에서는 한 목소리로 “양성평등 없는 새 정치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정치권에는 ‘우이독경’이 되고 말았다. 셋째, 유권자들이 후보와 공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몰라요 선거’가 판을 쳤다. 미디어리서치 조사(5월 20~21일)에 따르면 유권자의 82%가 "후보 공약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넷째,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건설을 비롯한 대형 개발 공약과 선심성 공약은 봇물처럼 쏟아냈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조사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 25명의 공약을 따져본 결과 공약 실현 비용이 316조 4천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정부 예산 357조 7천억원의 88%나 된다. 이런 장밋빛 선심성 공약은 결국 지방정부의 건정성을 해치고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기게 된다. 주민을 살리는 선거가 아니라 오히려 주민을 죽이는 선거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깊이 성찰해서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에 형성된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선거 민심은 새정치연합도 반사 이익에만 머무르지 말고 현실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계파간 권력 투쟁에 빠지게 되면 과거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가 정치권에 던지는 민심의 경고를 잘 성찰해서 국민석으로 뚜벅뚜벅 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