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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총리 지명 14일 만이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후보로 지명된 뒤 나라가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에 빠졌다며 이런 상황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새 총리를 둘러싼 잇단 인사 잡음으로 국정 공백이 길게 이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낸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시키기로 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총리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를 접하면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칠게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론을 호도하거나 혹은 조작을 통해 후보를 낙마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문창극 사태의 본질을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청문회 제도 자체가 아니라 청와대의 잘못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문제다. 다시 말해 청와대의 부실 검증이 원흉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새 정부 출범 1년4개월 만에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3명의 총리 지명자가 인사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겠는가?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청와대의 ‘배 째라’ 식의 무책임한 행위가 반복적인 인사 참사를 가져온 것이다. 문 후보자는 사퇴를 하면서 “청문회를 개최할 법적 의무가 있는 국회가 오도된 여론에 밀려 사퇴를 종용했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대변인도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은 것은 국회가 권한과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이 또한 의회 청문회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미숙한 발언이다. 국회가 아무런 하자가 없는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를 열지 않았다면 이런 주장들이 맞다. 하지만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64%)가 ‘문 내정자가 신임 국무총리로 적합하다 않다’고 응답했고,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조차 국회에 인사 청문 요청서도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사 청문회를 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를 망각하는 것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의회 청문회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에서는 논란에 휩싸인 함량 미달의 후보자들이 자진 사퇴하는 관행이 잘 정립돼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거론됐던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과거 ‘사전 검증’ 단계에서 자진 사퇴했다. 미국에서는 청문회 실시 전 후보자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혹독한 검증을 실시한다. 사전에 이런 혹독한 검증을 통과한 인사만이 청문회에 설 수 있다. 이 때문에 청문회가 열리면 개인 신상의 문제는 사라지고 정책 청문회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함량 미달의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접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한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결정한 인사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렇다보니 야당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을 “유체이탈 화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제 청와대 부실 검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도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최우선이다. 더불어 미국에서와 같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와대가 대통령의 심기를 검증했는지, 아니면 후보자를 검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 청문회 제도만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방한 정홍원 총리를 다시 유임시킨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분명 인사 청문회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고 정부 스스로 자신의 무능을 만천하에 고한 하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