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미/ (주)나이키스포츠 한국지사 전략기획팀 부장

80년대 초였을까,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중에 ‘9 to 5’ 라는 영화가 있었다. 세 명의 중년 여성들이 무능하고 권위적이며 비도덕적이고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상사를 코믹하게 몰아내는 줄거리였는데, 그 상사는 능력 있는 여자직원은 의도적으로 깎아 내리고 순진하며 사회경험이 적은 여자는 깔보고, 미모가 좀 되는 비서에게는 성적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학생이었고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으므로 본인하고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한채 그저 재미있게, 가볍게 영화를 봤었다.

그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여자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위의 세 가지를 모두 겸비(?)했거나 최소한 2가지 이상을 쉽게 여자직원에게 표현하는 그런 남자 상사, 동료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2000년을 맞이한 요즘에는 무능하고 권위적이며 비도덕적이고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그런 남자는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능력있는 부하 여직원에게 라이벌 의식을 과다하게 느껴서 껄끄러워 한다거나 반대로 경험 부족인 여직원들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행위는 그 상사의 능력과 인격의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성적인 희롱은 그리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민족문화 또는 사회적 문화의 차이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성희롱 개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업장에서는 대개 일년에 한번은 직장내 성희롱 예방이라는 홍보와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이 무엇인지 즉 어떠한 행위가 성희롱으로 간주되는지 설명하고 성희롱의 유형과 대응책 등을 교육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 교육에 의하면 성희롱 행위자가 스스로는 성희롱으로 인식하지 못하여도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부분 피해자의 입장에서 고려된다는 점이다. 사실 가해자의 의도적인 행위도 있겠지만 무지에 의한 가해도 있을 것이고 노골적인 육체적 행위나 조건형(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여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인 성희롱보다는 은근한 굴욕감을 유발하는 언어적 행위, 시각적 행위 또는 여성 근로자의 성적인, 사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그런 환경형 성희롱 그리고 오히려 친한 동료끼리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굴욕감, 심적 고통 등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성희롱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특히 경미한 성적 언동인 경우 분위기나 여건상 거부표시가 어려울 수 있고 이러한 언동이 반복될수록 피해자의 심적 고통이 심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직장 내에서는 인사담당자, 노동조합, 여직원회를 상담 창구 역할이 필요하고 사업장 밖에서는 여성 이슈를 다루는 민간단체, 노동부 산하 상담센터, 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의 여성차별 신고센터 등을 통하여 필요한 상담, 조치 및 해결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 사회적 관심을 통해 성희롱 인식이 바뀌어 가고는 있지만 사실 우리 여성들에게 느껴지는 뭔지 모르겠는 불편함, 미간을 찌푸리게 되는 그런 작은 일들은 자주 생긴다. 얼마 전 친구와 통화중에 친구의 이사님이 팀 회식을 하면서 1차 저녁식사 후 2차 단란주점에 갔다가 자정이 다 된 시각에 3차에 간다며 30대 이상인 여직원은 가정도 있고 체력이 딸리니 집에 가라며 등 떠밀고 20대 여직원들만 모아 의무라며 반강제적(?)으로 데리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성으로서(그것도 30대 여성으로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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