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파선이 총체적 난국 부른다

이인실박사/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연구실장

금년 초 정부가 국민들에게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현재 우리 경제는 제2의 위기 가능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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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꾸 위기론이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109조6천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들이부었는데 구조조정은 실패하였다는 것인가? 그동안의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완전히 실패하였다면 우리는 경제위기를 아직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998년 6월 우리 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5개 은행이 문을 닫은 이후 금융경색이 풀리고 금리가 하락하고 경기가 돌아서기 시작했다. 한때 27억달러까지 내려갔던 우리나라의 외한보유고가 지난 9월말 현재 925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은행들의 해외차입여건도 상당폭 개선되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금융 구조조정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109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확보되지 못해 추가로 50조원의 자금을 투입(추가조성은 40조원)하겠다는 것은 1단계 구조조정 조차도 완료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아무리 계산해 보아도 40조원으로는 2단계 구조조정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당초 정부 계획은 1999년 말까지 금융산업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2000년부터는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았던 대우그룹 사태, 총선으로 인한 정책 운영의 공백,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등 이런 저런 이유로 구조조정이 지연되었다. 더욱이 대우사태의 여파로 투신사의 부실문제와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구조조정 성과가 부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 전체의 건전성이 다시 시장으로부터 의심받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지난 6월말 금감원 직원을 동원하여 은행 장부를 샅샅이 뒤진 결과 더이상의 잠재부실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의구심만 더 커지는 이유는 감독당국과 은행들이 잠재부실을 감추는데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잠재부실을 그대로 노출할 경우, 충당금 부담이 가중됨으로써 당장에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비율이 저하된다. 한편 감독 당국도 은행들의 부실이 적을수록 공적자금 부담이 적어진다. 이러한 잠재부실을 숨길 유인이 2단계 금융 구조조정에서도 그대로 작동되도록 한다면 정부가 아무리 크린화를 부르짖어도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 정리가 완료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가 다시 어려워진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그 원인으로 구조조정의 부진이 지적되었다. 이제 1기 경제팀은 구조조정 부진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새 경제팀이 들어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데 도덕적 해이 요인이 있을지 모르니 부실기업 판정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정해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연말까지 기업구조조정이 완료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없는 것 같다.

금년들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1.1%를 유지하고 있는 등 현재 지표로 나타난 경제상황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경제지표로 본 내년도 전망은 성장률 5~6%, 물가상승률 3%, 경상수지 흑자 50억달러 정도로 완만한 경기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겹겹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유가의 유례없는 고공행진과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선 최대의 복병이며, 수입증가와 수출감소에 따르는 무역적자 폭 확대와 물가상승도 하반기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다. 경제정책의 틀을 진지하게 새로 짜지 않는다면 안정적 성장, 경상수지 흑자 및 물가안정 유지라는 경제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점은 이번 위기감의 도화선이 된 주식시장 폭락이 단순히 유가 폭등, 포드사의 대우차 인수포기, 반도체 수출단가 하락 등 해외악재 탓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원칙을 무시한 경제운용으로 인해 국민경제운용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의 대상이다. 주식시장 폭락은 투자자들의 구조조정 부진과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와 능력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과거와 같은 임시방편을 다시 사용한다면 이는 사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정부는 현 상황을 경제난국만이 아닌 총체적 난국으로 인식하고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 제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빛은행 사건 같은 정치적 현안이나 의약분업 사태 같은 사회적 현안들이 경제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시장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고통과 비용을 각오하고라도 정부, 공기업, 금융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확신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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