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성스포츠의 가능성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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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지난 한 세기동안 참여 인구, 관련 산업에서의 엄청난 규모적 성장을 이뤄냈다. 올림픽은 이 성장 중심에 서 있었는데,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외적 국력 과시 및 국민의 통합을 위해 엘리트 스포츠에 특히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생활의 질을 중요시하는 선진국에서는 사회 체육에 참여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났다. 이제 스포츠는 소비시대의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스포츠 성장의 20세기에서도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오랫동안 제약을 받아왔다. 사실 여성들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내는 연구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여성 스포츠인을 스테레오타입화한 사회적 편견, 학원 스포츠에서의 재정적인 비협조 등으로 어린 시절 스포츠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 곧 성인여성의 스포츠 참여율 저조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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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성’ 통념이 최대장애

“여성은 신체적 능력 면에서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스포츠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 여성이 ‘약한 성(性)’이라는 고정관념은 어쩌면 스포츠에서 뿌리가 깊어져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수한 경량급 권투선수에 대해 같은 성취도를 보이는 중량급 권투선수보다 ‘열등한’ 선수라고 하지는 않는다. 몇몇 종목의 톱 클래스 여성선수들은 상당수의 남성보다 우수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장거리 육상 종목에서 여성의 가파른 기록경신 속도를 보고 몇십 년 후면 남성을 앞지를지도 모른다고 관측하는 급진적인 운동생리학자도 있다.

팀 스포츠에서 여성선수들은 동등한 수준의 전술 이해도와 기술 성취도를 가지고 있고, 농구 같은 스포츠에서는 남성과 다른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강인한 신체를 가진 여성운동선수에 대한 ‘톰보이’, ‘동성애자’ 같은 꼬리표도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1960년대부터는 국제경기에서 여성선수들만을 위한 ‘성별감정’ 절차가 생겨났는데, 이것은 여장한 남자의 참여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서 비롯되기는 하였지만 “여성선수들은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통념이 이 절차를 지속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교육차별 폐지로 여성스포츠 ‘혁명’

미국의 지난 20년간의 여성스포츠 붐은 연방법의 지원 속에서 가능했다. 1972년 연방교육법의 수정조항, 이른바 ‘타이틀 나인’(교육법 9조)은 “어떤 미국인도 성별 때문에 연방보조금을 받는 교육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대한 참여가 배제되고 그 혜택이 박탈당하거나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학문활동과 체육활동을 모두 포함한 의미였지만, 여성스포츠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이전에는 미식축구 같은 남성종목보다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빈약한 재정지원을 받았던 여성종목(농구, 소프트볼, 축구 등)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대학은 점점 새로운 여성스포츠 팀을 추가해 나갔다.

학자들은 ‘타이틀 나인’의 25년간을 되돌아보는 연구에서 대학에서의 여성 운동선수의 비율이 1972년 15%에서 1995년 37%로, 고등학교에서는 1971년 7.5%에서 1996년 39%로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발표했다.

특히 프로를 지향하는 단계인 대학에서보다 참여의 의미가 더 강한 단계인 고등학교에서 더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사회체육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통해 더 고무적이다.

최근 대학 미식축구 선수였던 한 여성이 모교인 듀크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대학 미식축구 팀 코치가 이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 고교재학 시 주전 키커로서 팀을 주 챔피언쉽까지 이끈 헤더 머서는 94년 듀크대학 미식축구 팀의 정규선수 명단에서 탈락했다. 배심원은 머서가 실력이 아닌 성차별로 인해 미식축구 팀에서 탈락한 것이니 보상액 200만 달러(약 24억 원)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팬들 파워도 여성스포츠 신장

많은 종목의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스포츠계는 여성스포츠에서 새롭고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본다. 남성스포츠의 전형적인 관중층과는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여성스포츠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 대형방송국은 스포츠경기의 TV시청률을 위해 이미 상당비율인 여성관객을 의식한 편성을 하고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30∼40대의 활동적인 여성들은 휘트니스 시장과 스포츠 의류시장에서 무시 못할 세력으로 떠올랐다. 즉, 여성스포츠는 시장성이 밝고, 여성스포츠 팬들은 구매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여자 농구를 관전하러 오는 가족관중은, 딸에게 어떤 분야에서든 능력을 갖추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어린 소녀들에게 본받을 만한 여성 역할모델을 스포츠계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이다. 이제 축구선수의 꿈을 가진 소녀들은 호나우도가 아닌 미아 햄 유니폼을 입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여성 운동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며 건강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스포츠에서 멀어지는 어린 여학생들도 있다.

우리도 올림픽에서 ‘한국여성의 강인한 정신력’을 언급하며 그들의 선전만을 기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초가 되는 생활체육·학원체육 단계에서부터 우리의 딸들이 어떻게 스포츠와 친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자신의 신체와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더 많은 참여의 기회,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 말이다.

류민희 객원기자 ryu13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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