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동의 아픔 연대해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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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18 광주항쟁의 깊은 상처를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같은 아픔을 공유한 이방인들을 만난다는 것은 감동과 연민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지난 18일 잠시 한국을 방문한 하산 라이드와 에스터 I. 주수프. 이들은 78세와 29세라는, 50여 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함께 동지로 뛰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인권운동가들이다. 선배는 ‘65~66년 인도네시아 학살 조사 진상위원회’(YPKP)의 공동설립자이자 공동대표로, 후배는 법률분과위원회의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이번 방한은 지학순정의평화상의 네 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역시 YPKP의 공동대표 술라미 여사(74)를 대신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득이하게 한국에 올 수 없었던 술라미 여사는 65~66년 내란에서 공산당 쿠테타 음모사건에 연루돼 20여년간 부당한 수형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술라미 여사의 일생은 인도네시아 국민의 정당한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으로 점철된다.

“내란 당시 회원이 1만여 명에 이르는 ‘그루와니’란 여성단체가 민주화 전선에 앞장서서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리더는 술라미 여사였다. 그러나 이후 여성운동단체가 공산주의 이적단체로 몰리면서 인도네시아의 여성운동가들은 오랜 세월동안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와히드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민주화의 봄이, 아울러 여성운동의 봄이 다가오고 있다. 술라미 여사의 평생동지로서 이를 돕고 있는 것이 더할 수 없이 기쁘다.”

47년부터 10여년간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이후 농민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내란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13년에 이르는 호된 옥고를 치뤄낸 하산의 말이다. 99년 민주화 투쟁으로 물러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불러온 이 내란에서 최소한 200만명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살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과거사를 들춰내자는 것이 아니라 문명을 세우기 위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술라미 여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평범한 여성이었던 난 이런 동지들의 신념에 감동받아 95년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우리 나라 같은 보수적인 곳에선 여성들의 희생이 더욱 더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특히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에스터는 98년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누사방사’란 인권운동단체의 대표가 됐고, 이후 99년 누사방사와 YPKP의 연대를 모색하며 YPKP의 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하산과 에스터는 인도네시아의 학살같은 유사한 비극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 존재한다며, 이 공동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아시아 각국이 서로 긴밀히 연대해 부조리한 체계를 개혁해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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