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16 여성 7대뉴스 선정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최금숙)는 올한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여성 7대 뉴스를 선정했다. 여협이 선정한 7대 뉴스에는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스토킹 범죄 특례법안, 페미니즘 열풍까지 2016년을 강타한 여성 이슈가 담겼다. 

 

지난 5월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여성혐오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지난 5월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여성혐오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1. 여성안전은 어디에, ‘강남역 살인사건’ 

지난 5월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의 상가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던 범인은 화장실에서 범행 대상을 기다리며 남성 7명을 내보낸 후 처음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다. 체포 후 가해자는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화가 나서 죽였다”고 진술해 이 사건은 ‘여성혐오 살인’ ‘페미사이드’라는 이름이 붙여지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건 이후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과 여성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고, 여성대상 폭력에 대한 심각성과 여성의 불안감을 성토하는 공론장이 됐다.

법원은 범인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하고 반성의 여지가 없으며 재범의 우려성이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징역 30년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사건 이후 정부는 정신질환자를 국가 차원에서 치료·관리하고 사회 복귀를 위해 지원하는 등 관리체계를 강화하며,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대책을 추진했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범죄자 중 남성범죄는 81.2%로 여성의 4.3배에 이르며 특히 강력범죄는 남성범죄자의 비율이 96.3%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강력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여성이 85.6%로 다수를 차지했다. 여성의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2. 스토킹 범죄 관련 특례법안 조속히 통과돼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2인은 지난 6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등 18인은 지난 10월 ‘지속적 괴롭힘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올 한해는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스토킹 범죄’를 구체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법안을 마련해 여성범죄를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개인적 애정·구애 문제로 용인하는 경우가 많아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으로 처벌될 뿐이다. 이를 제재하기 위해 1999년 이후 국회에 8건의 스토킹 방지 법안이 발의됐으나 매번 통과가 무산됐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는 상해·납치·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법적 처벌 근거가 미미한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 일본,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 외국에서는 스토킹을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통제·처벌하고 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성폭력을 비롯해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을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스토킹 범죄’ 관련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계기로 여성범죄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성있는 처벌 규정이 재정비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세균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3. 제20대 총선결과로 본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지난 4월 치러졌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253개 지역구 중 26개 지역구에서 여성 당선자가 배출됐고, 비례대표로는 25명의 여성 의원이 선출돼 51명의 여성 국회의원 당선자를 낳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17%이며 19대 국회(15.7%)에 비해 1.3%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사회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국제의회연맹(IPU)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190개국 여성 국회의원의 평균 비율은 작년 1월 기준으로 20.2%였고, OECD 국가의 평균 비율은 27.8%였다.

그간 여성계는 지역구 여성공천 30% 의무화와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을 주장해왔지만 그 요청은 수렴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여성 일자리, 일·가정 양립 확산 등 여성관련 공약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이나 규모가 제시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공약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회장은 “20대 국회는 이제라도 대한민국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정책개발과 관련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 다시 불어온 페미니즘 바람, 성평등 인식논의로 발전돼야

서점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 열풍이 뜨겁다. 올해 9월 초까지 여성학·젠더 분야에서는 약 100여종의 도서가 출판됐고,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9월 말까지 페미니즘 분야의 도서 판매량이 136.1%나 증가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여혐 논란, 여성 대상 살인사건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와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지표로 읽힌다.

최 회장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 ⓒ뉴시스·여성신문

5. 전시 여성인권 침해와 일본군 ‘위안부’

현재 생존 중인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는 39명뿐이다. 할머니들은 수요집회 참여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전시회, 위안부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세미나 개최 등 국내외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전 세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으나 일본 정부의 가해 사실 인정과 올바른 배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생존피해자에게 1억원, 사망피해자에게 2000만원 규모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다. 더구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냐는 한 일본 의원의 질문에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역사적 과오를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우리 국민들이 분노케 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분쟁으로 야기된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과 복구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 여성이 지난해 열린 ‘재중탈북난민 강제북송’ 시위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난민법이 시행됐지만 할례나 강제결혼제도 등 ‘젠더 박해’는 난민 인정 사유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난민 여성이 지난해 열린 ‘재중탈북난민 강제북송’ 시위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난민법이 시행됐지만 할례나 강제결혼제도 등 ‘젠더 박해’는 난민 인정 사유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 전 세계 난민문제와 여성인권

현재 지구촌 곳곳에는 전쟁으로 인한 각종 갈등이 일어나면서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난민 숫자는 그 어느 때보다 최고에 달해 있다. 유엔 위민(UN Women)에 따르면 전쟁 사상자 중 90%가 민간인에 해당하며 그중에서도 여성과 아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쟁이나 분쟁상황에서 여성과 아동을 약자의 위치에 놓여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게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앰네스티 보고에 따르면 난민 중 여성과 아동 비율이 지난해 25%에서 오해 55%로 크게 증가했지만, 난민 캠프에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별도의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가디언이 올해 8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 정부가 인근 섬나라 나우루에서 운영하는 역외 난민수용소 내에서는 성폭력, 아동학대, 자해 등 인권 침해 범죄행위가 난민 또는 수용소 직원에 의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범죄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1~6월 이탈리아에 온 나이지리아 여성 3600여명 중 80% 이상이 성매매 시장에 팔려간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 출입입국·외국인 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난민 신청자는 5711명이었으며, 그 중 여성 난민은 897명이었다. 난민 신청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에도 난민 인정 사유에 젠더박해를 포함해 여성할례, 조혼, 성폭력 등 젠더폭력으로 난민이 된 여성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 인도의 염산테러 피해 생존자, 뉴욕 패션쇼 무대에 서다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에 화상을 입고 한쪽 눈을 실명한 19살의 인도 여성 레시마 퀴레시는 지난 9월 세계 4대 패션쇼로 꼽히는 뉴욕 패션쇼 무대에 섰다. ‘아름다움을 되돌리자’(TakeBeautyBack) 캠페인의 일환으로 무대에 선 그녀는 “사람들에게 염산 테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고 여성인권 의식이 낮은 인도에서는 청혼이나 데이트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혹은 여자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염산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국제 염산 공격 생존자 신탁’(Acid Survivors Trust International)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1500여 건의 염산 공격 중 3분의 2 이상이 인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2년 전 언니를 때리던 형부를 말리다 염산 공격을 당한 퀴레시는 1년 전부터 염산 테러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비정부기구 ‘상처 대신 사랑을 만들자’(Make Love Not Scars)에서 염산 테러 피해자들의 소식을 전하고 인도의 여성인권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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