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변지은 기자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변지은 기자

부산의 소녀상 설치가 확정된 가운데, 평범한 주부가 소녀상에 관한 자작시를 30일 여성신문에 보내왔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주부라고 밝힌 지주현(37·경기도 화성)씨는 “소녀상 철거 사태를 접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금할 길이 없어 밤에 쓴 시”라면서 “되도록이면 많은 분들과 이 사태의 심각성을 함께 하고, 시로써 소녀상을 빼앗긴 마음을 승화시키고 싶다“고 시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씨는 이어 “한 아이의 엄마로서 불의를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도리를 행동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제 아이가 옆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배울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음은 지씨가 보낸 시 ‘소녀상의 홀로 아리랑’ 전문이다.

소녀상의 홀로 아리랑

일찍이 먼 역사의 뒤안길에서

살포시 서럽게 걸어와 홀로 앉은 소녀상

한때 화창했던 네 꽃길일랑

일제에 의해 모두 짓밟혔구나

그들에게 용서라도 구하는 선량한 네 마음조차

차가운 겨울바람 속 그저 한낮 꿈일 뿐이구나

어머니도 잃어버리고

아버지도 잃어버리고

오빠도 잃어버린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지금에 와서 홀로

너는 또 어디로 가야 하느냐

죽어서도 참으로 설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너무 깊어서 그 깊이

도무지 헤아릴 길 없는 순백의 恨이여,

더 이상 슬퍼 마라

흥건하게 젖어있는 너의 슬픔

이제는 닦아줄게

대한민국이여 깨어나라

저마다 두 손 모아 촛불 한 자루 쥔

우리 국민의 이름으로 얼어붙은 네 마음

환하게 녹여줄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홀로 가는 너의 길

촛불 하나 둘 셋 따라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마냥 아리랑 고개 넘지 않게

촛불 하나 둘 셋 모여들어

네 앞에 못다 걸은 꽃길 하나

화사하게 비춰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