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여성의전화 제30차 총회

여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실현 촉구 선언식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제30차 정기총회를 가졌다. 총회를 마친 후 활동가와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제30차 정기총회를 가졌다. 총회를 마친 후 활동가와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는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제30차 정기총회를 열었다. 여전은 전국 25개 지부 활동가와 회원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선언식을 가졌다.

여전은 “다가올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정책이 공약의 핵심내용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정책 입안 및 추진 역량이 후보자 검증·선택에서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과 공약 모니터링, 유권자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읽으며 올 한해 목표를 확인하고 결의를 다졌다. 활동가 및 회원들은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여성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싸울 것이다. 여성의 몸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국가, 여성폭력과 살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국가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그들은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이며 “성평등한 국가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어날 것이며,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함께 행동하여 반드시 바꿔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손으로 날마다 성평등한 국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제30차 정기총회 기념 참가자 선언문]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없는 성평등한 국가를 원한다”

2015년 기준 살인, 강간, 폭력 등 한국의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 살해사건을 집계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남편 혹은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657명이다.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까지 더하면 최소 1051명이다. 최소 2.4일에 한 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협에 처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가는 이를 여성 개인의 ‘불운’으로 만들었다. ‘조심’하지 않고 밤길에 다녔거나 그 곳에 가서, 남편 혹은 애인과 ‘잘’ 헤어지지 못해서, 남편 혹은 애인을 ‘잘’ 달래거나 폭력에서 ‘잘’ 벗어나지 못해서 겪은 ‘불운’으로 만들었다. 여성이 겪는 폭력과 생명의 위협을 사소하게 여겨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성차별적 형사사법권력의 문제는 침묵한 채 말이다.

여성들은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음에도 결국 남편에 의해, 애인에 의해 살해됐다. 여성들은 그들을 폭행한 가해자들이 처벌이 아닌 ‘상담’ 따위를 받는 사이, 법원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이, 그들을 폭행한 가해자와 ‘부부 상담’을 받으라는 사이에 또 다시 폭력에 노출돼 목숨을 잃었다.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를 입고 고소했으나 피해사실을 의심받았고, 오히려 무고죄 피의자가 되었다. 국가는 가해자들에게 관대했고, 오히려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비난하며 여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편견을 강화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방관하고, 조장했다.

실상 여성폭력과 살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 극단적인 표현이며, 일상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경제적·정치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임금의 60% 수준을 받으며, 여성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직장 내 여성관리자 비율은 2015년 기준 10.5%에 지나지 않으며,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16년 기준 17%에 불과하다. 이성부부 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의 5배이고, 여성가구주 빈곤율은 30%를 넘으며, 비혼모의 임신으로 인한 학업·직장 중단 등 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 이는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아내’, ‘어머니’, ‘자궁’, ‘섹스 도구’, ‘장식품’, ‘부차적·보조적 노동자’로 간주하며 여성의 실재하는 삶을 비가시화하고, 권리를 짓밟고, 희생을 강요해 온 불평등한 젠더질서의 결과이다. 여성폭력과 살해는 바로 이러한 성적 불평등을 유지·강화시키는 주요한 수단이며, 따라서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은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다가오는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다음과 같이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만들어갈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여성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낙태죄’ 처벌 강화와 ‘출산지도’ 따위를 만들며 여성의 몸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국가, 여성폭력과 살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국가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는 후보를 우리의 대통령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성평등한 국가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어날 것이며,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행동하여 반드시 바꿔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손으로 날마다 성평등한 국가를 만들어갈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제30차 정기총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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