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구도로 찍은 ‘여고생’들

성적 이미지화한 젠더폭력 피해자

기사 사진으로 사용하는 언론

성적 대상화·2차 가해 여전히 심각

 

한 인터넷 언론사는  ‘선화예고 성폭행 협박 예고한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체포’ 관련 기사에 내용과 관련 없는 ‘여고생’ 사진을 사용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건의내막’ 사이트 캡처
한 인터넷 언론사는 ‘선화예고 성폭행 협박 예고한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체포’ 관련 기사에 내용과 관련 없는 ‘여고생’ 사진을 사용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건의내막’ 사이트 캡처

위의 사진을 한 번 들여다보자. 몰래카메라로 추정되는 프레임 안에 고등학생들의 뒷모습이 잡혀있다. 사진을 밑에서 위로 올려 찍은 탓에 학생들의 신체 일부가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사진촬영자가 여성의 몸매를 담기 위해 해당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사진은 한 인터넷 언론사가 ‘선화예고 성폭행 협박 예고한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체포’ 관련 기사에 사용한 사진이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사진을 올려 고등학생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저 사진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며 해당기자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트위터리안 @skyk*******은 “학생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길래 기사에 저런 사진을 쓸 수 있는 거냐”며 “진짜 역겹다”고 비판했다. “‘저런 치마 입고 다니니까 니들이 성폭행 당한다는 소리 듣는 거야’라는 건가? 무슨 의도로 저런 사진을 사용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9h***)며 사진을 교체해달라는 반응도 많았다.

“기사내용과 전혀 무관한 사진으로 자극시켜 어떻게든 조회수 높여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기자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기사 사진을 보면 일베 회원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된다”(@_dar***)는 비판도 볼 수 있다.

해당 사진의 출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돼있다. 하지만 사진설명에는 커뮤니티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런 사진을 올리는 곳은 대개 남초 커뮤니티 아닌가. 심지어 저런 사진을 보고 히히덕대며 성희롱 댓글이나 다는 그런 곳들”(@Sol2******)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진을 기사에 사용해온 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들은 그간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을 기사에 사용해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고 그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인터넷 언론사는 성범죄 관련 기사에 피해자를 대상화한 사진을 사용했다. ⓒ‘인사이트’ 사이트 캡처
한 인터넷 언론사는 성범죄 관련 기사에 피해자를 대상화한 사진을 사용했다. ⓒ‘인사이트’ 사이트 캡처

특히 성폭력 범죄 관련 기사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그 심각성이 더욱 막대하다. 일부 언론들은 성범죄 방식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사진을 사용하고 폭행 장면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일종의 ‘포르노’로 소비하게끔 만든다. 혹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무기력한 약자로 표현하고, 피해 직후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미지를 사용해 2차 가해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까지도 언론들은 기사와 관련 없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진들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간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비판을 해왔지만,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성폭력 범죄 보도 가이드라인, 여성가족부와 기자협회가 만든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 한국기자협회의 사건사고 관련 보도지침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언론을 비판해왔던 ‘셰도우핀즈(Shadow Pins·젠더폭력 피해당사자의 법리적 공방 대처를 돕는 프로젝트 그룹)’는 트위터를 통해 “언론들은 삽화를 이용해 성범죄 등을 전달할 때 범죄 내용을 최대한 자극적인 방향으로 묘사한다”고 꼬집었다. ‘조회수·클릭수·광고수익 올리기’ 등의 1차적 목적만으로 선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셰도우 핀즈 측은 “한국의 많은 언론들은 젠더폭력 피해자를 이미지화하고 있다”며 “‘피해자상’을 고착화시키고 성적 이미지로 소비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들은 피해자를 대상화하는 이미지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기사와 SNS를 통해 유통된 이미지는 2차 가해를 부추긴다. 셰도우 핀즈는 “언론은 피해자의 무력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가해자를 악마화하는 동화적 관점을 반영한 이미지를 제작·유통·확산한다”며 이는 피해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셰도우 핀즈는 “보도지침이나 관련 제도,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모두 감시자가 돼 언론사를) 감시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사 스스로 현재 마련돼있는 지침이라도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갖는다면 변화의 기미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