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성평등정책 중장기 비전 수립 토론회 개최 

대선 앞두고 여성가족부 정책 철학 분석...향후 중앙부처로서 개편방향 제시 

안철수 “가사와 육아 전부 여성이 떠안는 잘못된 문화 바꿔야”

실현가능성 의문...“정당 지도부의 철학과 의식부터 바뀌어야”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여성위원회 주최로 열린 ‘성평등정책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토론회-우리시대, 성평등 정책 재편을 말한다’에 참석한 (왼쪽부터)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장 신용현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조배숙 정책위의장. ⓒ이정실 사진기자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여성위원회 주최로 열린 ‘성평등정책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토론회-우리시대, 성평등 정책 재편을 말한다’에 참석한 (왼쪽부터)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장 신용현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조배숙 정책위의장. ⓒ이정실 사진기자

본격적인 대권 경쟁 속에서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 성평등 정책의 중장기적 비전을 공개했다. 이번 정책 방안은 당의 씽크탱크인 (재)국민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당내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의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정책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토론회-우리시대, 성평등 정책 재편을 말한다’를 개최했다. (재)국민정책연구원과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회 주최, 오세정·신용현 의원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연구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15년 역사의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철학을 분석하고 향후 중앙부처로서 어떻게 자리매김 해야 하는지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직장 다니는 여성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걸 제2의 직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며 “가사와 육아를 모두 여성이 떠안는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를 위해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습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 분야나 단기적 처방으로 해결되긴 힘들기 때문에 교육혁명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사회 구조와 패러다임 변화 등의 전환을 해야만 성평등 정책이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은 국민정책연구원 연구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이성은 국민정책연구원 연구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발제를 맡은 연구책임자인 이성은 국민정책연구원 연구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여성가족부의 철학의 모호성과 턱없이 부족한 예산 문제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여성가족부-여성부-여성가족부로 계속해서 바뀌면서 업무의 성격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청소년정책, 보육정책 등의 사업이 들어오면서 예산규모는 확대되고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또 그런 정책에 성평등 관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만 해서는 성평등 지수가 높아지지 않는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2017년도 정부 예산의 0.18%인 7122억원에 불과해 정부 중앙부처 예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규모”라고 비판했다. 또 “성평등은 여성가족부의 존재이유인데도 성평등 제도 추진을 위한 예산은 179억원으로 여성가족부 전체 예산의 2.5%에 불과하고 성인지 예산은 약 25억원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의 책무인 대한민국 사회의 성평등 증진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돌봄사회기본법’을 제정해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영유아, 아동·청소년, 가족 등 각종 돌봄 제도를 통합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해 보편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성근로자를 목표로 한 일·생활 균형 정책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여성폭력 예방·지원 정책의 개선 방안으로 관련 추진 제도의 통합체계를 구축이 필요하고 일상적 여성폭력 예방을 위한 전면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와 함께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전환하면서 철학을 정립하고 전 부처의 성평등 목표의 실행체계를 협치를 통한 관리 모니터링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여성정책 패러다임이 ‘여성발전’에서 ‘양성평등’으로 전환을 공식화하는 진전이 있었고, 이에 부응해 여성가족부의 명칭뿐만 아니라 위상과 정책 철학의 방향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지영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이정실 사진기자
한지영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이정실 사진기자

이어 한지영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성평등한 돌봄을 위한 아동·청소년 정책 재편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전문위원은 현 정부의 돌봄지원 정책의 현주소로 성별임금격차의 심화, 경력단절의 여성화,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비정규직 양산 등 ‘나쁜 여성 일자리’를 꼽았다.

그러면서 성평등 돌봄지원정책 재편의 핵심 철학으로 책 두 권을 소개했다. 책 ‘돌봄민주주의’에서 ‘결국 돌봄은 전정 민주주의의 문제이다’라는 대목을, 또 다른 책 ‘끝나지 않은 혁명’에서 ‘혁명 완성을 위해서 돌봄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돌봄과 교육 불평등이 해소될 때 성역할의 완전한 혁명이 달성될 수 있다’는 대목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철학으로 △현재의 저출산대책은 일·생활 균형과 돌봄에 대한 자기결정권 강화 정책으로 △전형화된 가족정책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한 자기돌봄 정책으로 △돌봄자,돌봄노동자를 고려한 돌봄지원의 국가책무, 돌봄의 공공성 강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성평등정책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효선 대표(여성신문), 송다영 교수(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송인자 부장(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교육부), 차인순 입법심의관(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송현혜 대학원생(박사과정) ⓒ이정실 사진기자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성평등정책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효선 대표(여성신문), 송다영 교수(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송인자 부장(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교육부), 차인순 입법심의관(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송현혜 대학원생(박사과정) ⓒ이정실 사진기자

토론은 이옥 덕성여대 아동학과 명예교수(전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연구 결과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여성가족부와 소관 정책의 전면 개편을 위한 정책 철학과 비전 제시는 시의적절하고, 매우 유용한 정책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보완점을 제시했다.

반면 연구 결과물의 실현 가능성에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이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돌봄사회라는 비전 제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결국 당 내부에서 수렴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정당 지도부의 철학과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육아휴직제도는 정규직 남성들만 좋아지는 것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강화된다”며 정책 대안에 힘을 실었다. 휴직 체계는 정규직 남녀에게만 주어지며, 이 안에서도 남성을 더 우대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돌봄 예산은 크게 증가해 현재 80조원 규모로 덴마크 수준인데도 여성의 경제활동은 늘지 않고 지체돼있다”고 말했다. 돌봄 부담을 완화하려면 기본계획을 돌봄자 중심으로 가야하고 모두가 돌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송인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부장 역시 공감했다. 현재 여성정책 법과 제도는 잘 갖춰져 있는데 시행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으며, 만들어진 정책이 잘 시행되도록 촘촘한 시행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의 정책 평가도 나왔다. 송현혜 중앙대 토목공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분석, 평가는 좋지만 대안의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이성은 부위원장은 “연구를 끝낸 후 생각한 점은 다른 어떤 공약보다 어렵지 않고 예산도 많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성평등 정책 추진은 무엇보다 리더의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 장병완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정동영 의원(국가대개혁위원회 위원장), 조배숙 의원(정책위의장), 김관영 의원, 송기석 의원, 김삼화 의원, 윤영일 의원, 김수민 의원, 장정숙의원, 최도자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참석해 성평등 정책 비전 수립에 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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