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중거리 미사일 도발

트럼프 대북 강경 노선 천명

 

대선 국면 북한 변수는 ‘블랙홀’

안보 이슈가 국면전환용 수단?

“원칙 없는 승리 이끌 하책일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지난 1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량한 신형 ‘북극성 2형’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신형 중거리 미사일은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돼 도로뿐 아니라 야지에서도 기동이 가능하다. 또 액체 연료 방식 대신 군사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고체 연료 엔진을 사용해 가격이 저렴하며, 이동이 쉽고 신속 발사가 가능하다.

여하튼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어디에든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고 사전 탐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당장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선제 타격 시스템인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 걸렸다. 북한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사일 실험을 했다. 미·일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4시간 만에 심야 회동을 할 정도로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지난달 20일 취임 후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대북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대선에선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보 이슈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1987년 대선에서는 바레인 상공에서 대한항공 858기 폭발사건이 있었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김영삼, 김대중(DJ) 등 야당 후보들이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1992년 대선에선 간첩 이선실과 중부지역당 사건이 부각되면서 야당인 민주당의 DJ 후보가 곤혹을 치렀다. 1997년 대선에선 당시 DJ 소속 정당인 새정치국민회의의 고문인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이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핵 동결 해체 선언을 했다. 2007년 대선에선 선거 두달 전에 2차 남북정상회담도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선 선거를 1주일 남기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특히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해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났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였다. 여하튼 NLL 변수는 선거 막판에 보수층을 결집시키면서 박근혜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국선거학회가 2012년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NLL 논란에 대해 ‘관심 있다’는 응답은 55.7%로 ‘관심 없다’(19.6%)보다 3배가량 많았다, 보수층과 50대 연령층에서 ‘관심 있다’는 비율이 각각 66.2%와 65.1%로 상당히 높았다. NLL 관심층에서 58.5%가 박근혜 후보를, 40.7%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대선 최종 득표에서 박 후보가 51.6%, 문 후보가 48.0%를 얻은 것과 비교해보면 NLL 논란이 투표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는 북한 변수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안보 이슈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면 좌편향 이미지가 강한 문 전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보 이슈가 확산되면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밝힌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북 조치로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카드를 꺼내들 경우, 대선 정국이 그야말로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급기야 한미 동맹, 사드 배치, 주한 미국 철수 등의 안보 이슈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 변수가 급부상하면 젠더 정책 같이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북한 변수는 중대하다. 하지만 아무리 선거 승리에 집착하더라도 안보 이슈를 국면전환용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원칙 없는 승리’로 이끌 수도 있는 하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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