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농림부 장관이 한 주부단체 대표와 함께 쇠고기를 먹는 장면이 신문과 TV에 일제히 보도됐다. 광우병 파동으로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을 때 정부는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홍보에 급급했었다.

그러나 동물성 성분이 섞인 음식물 찌꺼기를 사료용으로 썼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그제서야 정부는 사료용 골분을 수입한 사실을 인정하는 등 책임회피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음식물 찌꺼기 사료를 먹인 소 몇 마리를 검사하고 나서 ‘광우병 걱정 없으니 안심하고 계속 고기를 먹으라’는 발표는 신속하기만 하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에 금지한 음식찌꺼기를 소에게 먹이고 영국에서 소육골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 홍보를 국민들이 그대로 믿을지 의문이다.

광우병은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던 광우병이 영국과 프랑스를 거쳐 이제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만 82명이 뇌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갔다.

광우병은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서 비롯됐다. 과도한 육식은 직접적으로 광우병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식사 후 나오는 동물성 쓰레기는 다시 광우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때문에 정부의 예방대책 만큼이나 광우병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시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오늘이 있기까지 육식이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기가 대량 생산되면서 광우병 같은 불치병의 출현과 환경파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실 서구에서는 채식이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데 반해 전통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차려온 우리의 경우 오히려 식탁 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육류 소비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육식 위주의 식탁으로 인한 피해는 새로운 질병 외에도 지구온난화, 열대우림파괴, 에너지와 물의 과소비 등 매우 심각하다. 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식 10킬로그램이 필요하다.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 무려 11억이 배고픔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 소와 가축을 위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이 사료로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70% 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비되는 물의 절반 정도가 소와 가축을 기르는 데 쓰이고 있다. 육식가의 하루 식량생산을 위해서 들어가는 물의 양은 1만5천 리터지만 완전 채식자의 경우는 1천1백 리터밖에 안 된다고 한다.

소는 또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메탄을 끊임없이 뿜어낸다.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번째로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메탄 1킬로그램을 방출해야 쇠고기 2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목초지 조성을 위해 1960년대 이래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숲의 25% 이상이 벌채됐다.

매년 200억 마리의 동물들이 인간의 음식용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때에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를 가져오는 육식 문화를 바꿔 채식위주의 식단을 만들어 가는 것은 광우병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진정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채식자의 평균 연령은 육식자 보다 6년에서 9년 정도 길며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우리도 채식 예찬을 통해 새로운 사회문화적 흐름을 만들어야겠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