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후보 안희정]

19대 대선의 시대정신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울 때

민주당, 더 넓은 품으로 외연 넓혀야”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자 대통령으로 국민 통합

김대중, 노무현 미완의 역사 완성"

 

안희정의 핵심 성평등 공약

“육아휴직 블랙기업 지원 원천배제

단계적으로 남녀동수내각 구성”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제가 중도, 우클릭했다는 비난은 사실이 아니다. 나야말로 새로운 진보”라고 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제가 중도, 우클릭했다는 비난은 사실이 아니다. 나야말로 새로운 진보”라고 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안희정이 중도라고? 우클릭했다고? 사실이 아니다. 나야말로 새로운 진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53) 충남도지사는 3월 27일 호남 경선에서 한풀 꺾였지만 기세는 여전했다. 당초 목표였던 문재인 후보(60.2%)의 과반득표 저지에 실패하고 2위(20.0%)에 머물렀지만 안 후보는 본보 인터뷰에서 “저는 민주당의 새 길을 연 프론티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광역자치단체장인 안 후보가 ‘문-안 양강 구도’를 이끌어낼줄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당시 충남 도정 취재차 만난 그는 철학 전공자(고려대 철학과)답게 동학과 수운 최재우 교주 이야기까지 하며 다소 관념적인 인상을 풍겼다. 그러면서도 “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신념을 드러냈다.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임에 비쳐볼 때 이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다음은 호남 경선 후 진행된 안 후보와의 일문일답.

-19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껏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20세기식의 낡은 제도와 인식, 관행을 혁신시켜야 한다.”

-안 후보는 계속 시대교체를 주장해왔다.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이뤘지만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왔다. 대통령이 곧 임금이었다. 재벌 중심의 경제와 정경유착, 정쟁과 이합집산, 감시 기능을 상실한 검찰과 언론 등 우리 사회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보여준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촛불 혁명은 시민들이 대한민국에 전면적 변화를 요구한 일대 사건이다. 미운 사람 몇 명 감옥 보내는 게 끝이 아니다. 20세기 낡은 정부와 정치‧사회‧경제 구조를 혁신해 적폐 세력뿐 아니라 구시대적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시대교체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나가자는 의미다.”

-‘안희정은 (  ) 대통령이다’라는 문구에서 (  )를 채운다면.

“‘민주주의자’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대연정을 제안해 왔다. 오해도 많았다.

“대연정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내각과 의회의 협치 속에 개혁 과제를 이루려는 최선의 방법이다. 우선 정치권부터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해야 한다. 제가 대연정을 제안한 이유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탈피해 협치로 국가개혁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다. 대연정을 통해 정치 불신의 회복과 국가대개혁을 이뤄야 한다. 또 사회대타협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초당적 외교안보 회의기구를 통해 국론을 통일시켜야 한다.”

안 후보에게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도지사 때와 마찬가지로 분권형 국가에 대한 소신은 변함없었다. 한양 중심의 낡은 중앙집권체제를 자치분권국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지역 소외와 지역 차별이 발붙일 수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인서울이 아니면 루저가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전 국민이 주인이 되고, 국토가 고루 발전하는 균형 발전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대전 중구 부사동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선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9일 대전 중구 부사동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선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그의 답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는 대타협과 협치다. 연정은 젊은 정치 리더들의 철학이 된 듯 하다. 바른정당 후보로 나서 유승민 후보에게 패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연정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안보·외교·통일 문제만큼은 정파를 초월해서 단결해야 한다”며 “저는 초당적인 국가안보전략회의를 통해 여야가 힘을 모아 합의된 전략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는 고갈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관계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침체 파고를 넘을 수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주도, 관주도형 사회로부터 시민과 시장, 정부가 함께 협력하고 이끄는 협치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개발독재시대 국가 주도 발전모델에서 벗어나 민간의 창의와 주도성을 꽃피우려면 정부와 관료 체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안 후보는 특히 “기울어진 대한민국의 정치운동장을 바꾸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보수가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진보진영을 구석에 몰아넣었지만 이제 냉전시대 진영논리로 유지돼 오던 낡은 보수 정치질서는 해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이 더 넓은 품으로 더 많은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 대한민국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제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잘못 아는 편견이 있다면. 

“저는 경선 기간 내내 민주당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가장 넓은 국민의 바다로 항해했다. 대연정으로 대개혁과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 길이 우클릭이라고 오해받고, 심지어 적폐 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비난도 받았다. 누구나 고향의 문전옥답만 바라볼 때 저는 지평선을 넘어 민주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새로운 정치로 국민을 통합시키려 노력해왔다. 그 길이 김대중, 노무현의 못 다 이룬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는 것이다. 또 적폐를 청산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안 후보의 강점이라면.

“확장성과 통합력이다. 최근 민주당이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저의 확장성이 크게 기여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분은 안 계실 것이다. 전통적 여야 구도로 50%에 육박하는 민주당 지지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새로운 지지층이 민주당을 주목하고 있다.

저는 호감도가 제일 높고, 비호감은 가장 낮은 후보다. 가장 우호적인 반대파를 가진 정치인이다. 분열과 갈등으로 고통 받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통합력을 높일 수 있는 후보다. 이는 정권교체 후 민주당 정권에 대한 폭넓은 지지로 이어질 것이다. 19대 대선에서 탄생할 대통령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러자면 기존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세력과도 대화하고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단점을 꼽아 달라.

“제 말이 어렵다는 것 아닐까(웃음). 편 가르기, 비난을 위한 공격 등 구태 정치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그래서 국가의 비전과 미래를 말하고 원칙과 신념을 말하는데 힘썼다. 이런 어법이 낯설게 느껴지나보다. 국민이 쉽게 알아듣고 이해하실 수 있도록 더 고민하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가 29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민주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경선 순회투표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가 29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민주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경선 순회투표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이다. 남녀의 이분법, 차이가 아닌 차별이라는 기울어짐을 바로 세우는 일 역시 시대교체의 한 부분이다. 충남 도정을 운영하면서 ‘양성평등 비전 2030’을 수립해 차이가 차별과 폭력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힘써 왔다. 저는 여성정책을 여성 보호나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당연한 권리의 평등한 보장’이라는 보편적 접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분야의 정책에 성평등이 녹아들어야 한다.”

-안희정표 여성공약을 소개해 달라

“‘함께, 행복 양성평등 3대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남녀동수 참여프로젝트와 행복한 여성일자리 프로젝트, 돌봄의 공공성 강화다.”

-남녀동수내각에 대한 입장은.

“여성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내각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9.3%) 이상으로 높이고 공공부문 고위직 여성 비중을 30%로 늘린 후 단계적으로 남녀동수를 지향해 나가겠다. 여성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해 여성후보 30% 공천할당을 의무화하겠다.”

-일자리·육아 공약은.

“우선 직장 내 성차별을 없애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며,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다. 둘째, 가족이 있는 저녁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 육아휴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고 육아휴직 블랙기업은 정부 지원을 원천배제할 것이다. 일반 기업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2015년 현재 34.5%에 불과하다. 동종업계의 여성고용률과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 등을 비교해 최소한의 수준미달 기업은 정부조달, 정책금융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직장어린이집과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고, 돌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힘쓰겠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돌봄에 관한 부모의 몫을 공공부문이 덜어주어 여성경력단절을 개선하겠다. 직장어린이집은 지금 3.1%에 불과한데 10%까지 확대할 것이다(아동수 기준). 공공무분은 즉각 설치하고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기관 제재를 강화하겠다. 또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이 현행 상시근로자 500명이나 상시여성근로자 300명으로 돼 있는데 이는 성차별 조항이다. 남녀근로자 불문 300명으로 강화하겠다. 공공형을 포함해 국공립어린이집을 30%까지 늘리겠다. 중장기적 목표는 50%다.”

-여성폭력을 줄일 해법은.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와 자립 지원을 강화하고, 스토킹 강력 규제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힘쓰겠다. 최근 늘고 있는 몰카 범죄 재범에 대한 가중 처벌과 초소형 특수카메라 판매유통 신고제를 도입하겠다.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이와 함께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 젠더 감수성을 높이고 전반적인 성평등 문화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안 후보의 삶은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운동권과 궤를 같이 한다. 남대전고 1학년 재학 중 군사정권을 비판하다 제적당한 그는 1983년 검정고시로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하다 검거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까지 1년여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국회의원 의원실에서 일하며 제도권 정치에 입문하지만 1990년 3당 합당에 회의를 느끼고 여의도를 떠났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94년 복학했으며 그해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참여정부 출범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비교적 젊은 마흔여섯살에 도지사가 됐는데 어려움이 없었나.

“그때 지역 어르신들이 큰일 났다고 걱정하셨다. 그런데 세월이 조금 지나니 지역 중견, 중소기업 경영자가 세대교체됐다. 도지사도 저 나이에 충분히 하는데, 후대에 물려줘도 되는구나 싶었나 보다(웃음). 지난 7년간 극단적인 여소야대와 과거 민주당 도백을 한 번도 선출한 적 없는 충남에서 지방정부를 이끌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도민 지지를 받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11개월째 1위, 전국 시·도지사 공약 이행과 정보공개 평가 6년 연속 최우수 등급, 안전골든타임 확보, 실시간 재정정보 공개, 3농 혁신, 인권과 성평등 기반 구축 등의 성과를 일궜다.”

안희정이 걸어온 길

-1964년 충남 논산생

-남대전고, 성남고 중퇴, 고려대 철학과 졸업

-1989년 통일민주당 김덕룡 국회의원 비서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 정무팀장

-2008년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2010년 충남도지사 당선(36대, 37대 재임 중)

 

안희정 더민주 후보는 “남녀의 이분법, 차이가 아닌 차별이라는 기울어짐을 바로 세우는 일 역시 시대교체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더민주 후보는 “남녀의 이분법, 차이가 아닌 차별이라는 기울어짐을 바로 세우는 일 역시 시대교체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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