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신입생 대상으로 ‘한동 인성교육’ 강의 중

성적 자기결정권 무시 및 강간 합리화 발언

“엄마는 자식 낳는 존재” 등 왜곡된 성역할 강조

학생들 “강의실 내 혐오발언 엄격 제재” 촉구 

 

한동대학교 캠퍼스 전경 ⓒ한동대학교 제공
한동대학교 캠퍼스 전경 ⓒ한동대학교 제공

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 국제어문학부의 한 남성 교수가 지난 5일 수업 중 여성혐오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교수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 관련 강의에서 △여성의 역할을 출산·양육으로 규정하고 △왜곡된 성역할을 강조하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강간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독립언론 ‘뉴담’이 지난 11일 공개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ㅁ(58) 교수는 5일 ‘사랑과 성-배우자와 관계’를 주제로 강의하면서 “5년 전,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 여성이 가난과 남편의 폭력으로 아이 3명을 안고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엄마는 자궁을 가진 존재로 자식을 낳는 존재다. 가난한 게 문제라면, 보험을 여러 개 들어놓고 죽어야 한다. 그게 엄마다. 아빠가 때리는 걸 혼자 다 맞고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아이들을 살리는 게 엄마”라고 말했다. 

또 ㅁ교수는 섹스리스 부부를 언급하며 “(성관계를 거부하는 아내는) 남편이 성적 욕구를 다른 데 가서 채울 수밖에 없는 죄악을 저지르게 돕는 것” “여자는 남자가 원할 때 몸을 허락해야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ㅁ교수의 혐오발언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교수는 지난 10일 다른 전공 수업에서 “바보들이 내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수업은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필수 교양 과목으로, 200여명의 학생이 수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한동인 모임’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ㅁ교수 여성혐오 발언 규탄 촉구’ 서명서. ⓒ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한동인 모임 페이스북
‘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한동인 모임’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ㅁ교수 여성혐오 발언 규탄 촉구’ 서명서. ⓒ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한동인 모임 페이스북

도 넘은 혐오 발언에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한동인 모임’(한동인 모임)은 지난 12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ㅁ교수의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ㅁ 교수는) 가정폭력과 가난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에게 ‘비정한 어머니’와 ‘자식을 죽인 살인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가해자의 굴레를 덧입혔다. 또 배우자와의 성관계를 거부한 여성에겐 남편 외도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다”며 이를 약자에 대한 폭력성을 내포한 혐오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강의실 내 혐오발언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촉구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서명 동참을 촉구했다. 현재 100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한동인 모임은 이를 취합해 총학생회와 학교 당국에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한동인 모임은 “ㅁ교수가 언급한 ‘엄마-아이 동반 자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5년간의 기사를 찾아봤으나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ㅁ교수는 해외 출장 중이다. 여성신문은 ㅁ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으나, 13일 오후까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동대 교무처는 13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파문과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알고 있다”며 “교무처장을 통해 사안에 대처할 예정이며,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ㅁ교수와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눈 건 없다.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ㅁ교수는 지난 1999년 한동대 국제지역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전 세계 100여명의 선교사와 함께 지역 연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한동대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사학이다. 

해외 선진국에선 교사의 혐오·성차별 발언에 엄중 대처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캐나다의 한 사립학교에서는 한 남자 교사가 수업 중 “낙태는 옳지 않다”고 발언했다가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즉시 해고당한 바 있다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에선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네 룸메이트가 게이라면 얼마나 편안할 것 같니?” “네 형제의 새로운 여자친구가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한부모라면 얼마나 편안할 것 같니?”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숙제로 작성해 오라고 했다가 해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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