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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해법은 시니어 적합 일자리

요양시설 방문강사 ‘시니어케어매니저’ 등

사회 기여형 일자리 창출 필요성 커져 

일자리 통해 소비 주체인 시니어 늘고

산업 성장하는 시니어노믹스에 주목

 

시니어케어매니저로 활동하는 홍경애, 정의선씨가 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
시니어케어매니저로 활동하는 홍경애, 정의선씨가 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

고령화에 가속이 붙으면서 가난과 질병, 고독 등 ‘3중고’에 직면하는 시니어도 늘고 있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시니어 적합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일을 통해 생계를 보장받고 활기찬 노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와 시니어 산업의 성장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시니어의 노동참여를 통한 경제성장, 이른바 ‘시니어노믹스(Seniornomics=Senior+Economics)’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며 시니어 일자리 확대를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령자의 전직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실버고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유아돌보미 등 시니어 친화적 일자리 확충을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시니어 대상 직업 재교육과 재고용 시스템을 위한 ‘인생 이모작법’ 제정과 매년 5만개씩 시니어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약속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지난 6일 노인 일자리 현장을 찾아 “노후 생활 안정과 삶의 질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일자리”라며 “경제적 안정은 물론 어르신의 기술과 경험을 사장시키지 않고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핵심적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한국인의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다. 평균 기대 수명은 82.1세이니 퇴직 후에도 약 3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문제는 노후준비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6년 노후준비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노후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62.8점으로 낙제에 가깝다. 특히 재무 분야는 54.8점으로 가장 낮았다. 그러다보니 퇴직 후에도 일하고 싶어하는 시니어가 많다. 서울시가 50~64세 시니어를 조사한 결과 여성 34.3%, 남성 82.8%가 현재 경제활동 중이었다. 조사대상자 중 여성 31.6%, 남성 53.1%는 앞으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한국의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는 얘기다.

시니어 적합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자리 부족 시대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시니어가 청년과 취업 경쟁을 벌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니어의 사회적 경험과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시니어 적합 일자리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시니어케어매니저’가 꼽힌다. 시니어들의 전문 경험을 활용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치매 어르신을 보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는 일자리 모델이라는 평가다.

시니어케어매니저는 요양시설, 데이케어센터에서 치매 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시니어의 건강증진과 정서, 인지활동을 지원하는 전문 강사다. 간호사,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경력을 가진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5개월 간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았다. 유한킴벌리는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시니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기업들은 발빠르게 ‘시니어노믹스’에 주목하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해 시니어가 소득과 소비의 주체가 돼 ‘경제 파이’를 늘리고, 나아가 경제 전체의 파이를 늘림으로써 청년 일자리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사회에서는 시니어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 등 유관 산업이 발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12일 열린 시니어케어매니저 성과보고회에서 “액티브시니어의 보람있는 삶을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고 어르신들에 대한 케어 즉 ‘노노(老老)케어(Care)’가 필요한데 ‘시니어케어매니저’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중 함께일하는재단 상임이사도 “시니어캐어매니저들이 몸이 불편한 시니어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면서 요양원 같은 참여기관도 만족하고 시니어 본인도 보람을 얻는 1석3조 효과가 있다”며 “시니어케어매니저가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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