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케어 일자리 ‘시니어케어매니저’

사업 참가자 10명 7명은 여성

일도 하고 사회 기여하는 일거양득

“자부심 갖고 일 할 수 있는

시니어 일자리 많이 늘어났으면“

 

시니어케어매니저로 일하는 임상순씨가 어르신과 눈을 맞추며 인지 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
시니어케어매니저로 일하는 임상순씨가 어르신과 눈을 맞추며 인지 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

“이 나이에 일을 하고 제 작은 노력으로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으니 보람이 크죠.”

지난 5개월 간 시니어케어매니저로 일한 장미(64)씨는 “일에 대한 즐거움이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씨는 오래 전부터 ‘인생 2막’을 꾸준히 준비한 ‘액티브 시니어’다. 10년 간 출판사에서 일한 그는 퇴직 후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땄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이었다. 어렵사리 들어간 어린이집에서 손주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를 느낄 무렵, 어린이집으로부터 “그만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장씨는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전환하면 교육과 문서 작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젊은 교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곳을 그만둬야 했다. 그 이후에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면접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만난 일이 바로 시니어케어매니저다. 장씨는 “교육을 받고 처음 어르신들을 뵙기 위해 요양시설에 방문했을 때 정말 설레고 기대감도 컸다”며 “일을 할수록 일 자체의 즐거움과 함께, 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라는 만족도도 크다”고 말했다.

시니어케어매니저는 시니어가 시니어를 돌보는 ‘노노(老老)케어(Care)’ 일자리다. 교육을 받은 전문 강사가 요양시설, 데이케어센터에서 치매 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시니어의 건강증진과 정서, 인지활동을 지원한다. 주로 요양시설에 있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활성체조부터 위생교육과 회상 기법을 활용한 인지 활성화 프로그램 중심의 정서·인지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간호사,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경력을 가진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참여했다. 유한킴벌리와 함께일하는재단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시니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이 사업을 추진했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선발된 50명은 지난해 7월부터 5개월 간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았다. 이 참가자 중 70% 정도가 여성이다. 56세부터 75세의 최고령 시니어들이 참여했다. 이들중 33명은 2인 1조로 팀을 이뤄 5개월 동안 총 76개 시니어 시설에서 총 1471회의 활동을 했다. 이들에겐 시간당 3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1인당 100시간 가량 시니어케어매니저로 일하며 1400여명의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만난 셈이다.

사업에 참가한 시니어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함께일하는재단이 참가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사업 참가자 중 최고령인 이종민(76)씨는 “시니어케어매니저는 내게 빛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고령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가장 보람있고 가치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사로 10년간 일한 김미자(58)씨는 교육을 마친 뒤 요양시설 5곳에서 활동했다. 김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치매 어르신을 위한 인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교육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형태라 어르신들이 저희를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청년 보다 교감할 수 있는 시니어가 시니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니어케어매니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공감능력’이다. 시니어가 아니면 세세히 알지 못할 부분을 집어내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종민씨는 손을 사용하지 못하던 87세 어르신을 프로그램에 참여 시키기 위해 센터에 방문할 때마다 손을 주무르고 그림 그리기도 권하며 적극적으로 참여를 이끌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어르신은 조금씩 손을 사용하며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규성 함께일하는재단 선임매니저는 “젊은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변화를 시니어케어매니저는 동생이나 같은 시니어의 위치에서 세심하게 알아차린다”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어르신의 말을 이분들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들어주는 과정을 통해 어르신과 시니어케어 매니저 사이에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와 함께일하는재단은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가기로 정하고 올해 시니어케어매니저 2기를 발족하기로 했다. 곧 총 30명의 인원을 선발하고, 1기 시니어케어매니저의 지속적인 활동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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