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지 기업홍보물인지...
@16-3.jpg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다. <터미네이터>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몰고 다니던 오토바이나 <맨인 블랙>의 주인공들이 늘 쓰고 다니던 선글라스 등은 높은 광고 효과를 보였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리 나라의 경우 <쉬리>에 등장했던 SK 텔레콤, <약속>에서 박신양이 전도연에게 선물하는 차 마티즈, <접속>의 유니텔 등이 영화 속 광고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이다. 그러나 이런 광고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영화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칫 영화 대신 광고를 보게 될 수 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로버트 저메키스 감독)는 이 점이 기우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릴 적 읽었던 모험소설의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광고 때문에 도무지 영화 속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든다. 페덱스의 직원인 톰 행크스가 조난당해 4년여의 시간 동안 무인도에서 지내다가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다는 줄거리를 갖는 이 영화는 화면을 가득 메우는 페덱스 상표에 질리게 하더니 이내 스포츠용품 회사인 윌슨의 공을 클로즈업 시킨다.
이 공은 주인공의 친구이자 우상이 되는데 주인공은 이것을 상표명인 윌슨이라고 부른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윌슨이라는 것이 여러 씬에 등장하는 배우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러 온 것인지 기업홍보물을 보러 온 것인지 헷갈릴 때 쯤이면 톰 행크스를 구해줄 배 위에 그득한 상품들의 로고가 와이드 샷으로 훑어진다.
수많은 상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결코 손해보지 않을 게 확실하다. 사람들이 보면 덤이고 안봐도 이미 돈은 벌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제작자들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라는 톰 행크스의 선택에 배신감이 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