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4차 혁명으로 여성 일자리 줄어들 수 있지만

새로운 사회진출 늘고 양성평등 실현 가능성도 높아

이공계 아니라도 빅데이터·인공지능 이해하면 유리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여성의 일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지만 기업문화 측면에서는 양성평등이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 중 한명인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여성의 미래 일자리를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 회장이 여성들의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에서 남성의 일자리보다 더 많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최 교수는 새로운 측면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일자리의 질이 향상되고 새로운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Io 분야 전문위원,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 ICT 신기술위원회 위원장, 미래창조과학부 착용형스마트기기 추진단장 등 기업과 정부 부처에서 각종 위원을 맡으며 조언을 해오고 있다.

최 교수가 이같이 전망하는 이유는 제조업 중심에서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시장의 중심이 소비자로 넘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기업이 일에 대응하는 방식이 바뀌고 조직 체계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은 플랫폼 기업이며, 기업 중심이 아닌 소비자의 선택에 기반하고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체계화된 조직을 갖춘 기존의 기업들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조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면 조직이 톱니바퀴처럼 조직이 돌아가야 해요. 이 조직에서는 남성이 우월할 수밖에 없었어요. 반면 플랫폼 기반 기업은 개념이 달라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순식간에 아이디어를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해서 빠르게 그쪽을 선택하는 거죠.”

최 교수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소비 패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할 개념으로 ‘포노사피엔스’를 제시했다. “포노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류”라고 설명했다. “매스미디어 시대엔 기업이 광고하면 바로 대량구매로 이어졌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람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우버 택시의 등장은 최 교수가 문명의 변화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기존의 콜택시와 우버 앱의 차이는 전화와 앱이라는 작은 차이지만 그 차이는 인류가 변한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결과 우버는 매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버를 통해 발생한 거래는 2015년보다 두배 늘어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기록했다.

포노사피엔스를 따라가기 위한 기업의 변화는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기반 기업들이 수익을 포노사피엔스를 위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넓히는데 투자할 것이라고 최 교수는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호칭을 직급 대신 ‘님’으로 바꾼 것도 이같은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팀워크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브레인스토밍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존의 직급 중심 조직에서는 상사가 “내가 다 해봤어”라는 태도로 직급이 낮은 직원을 누르는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OOO님’으로 불러 지금의 연공서열이나 권력 중심의 조직문화가 약해진다면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에 포진해있는 여성들의 발언권을 얻게 되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차 산업혁명에선 특히 여성들의 감성, 인사이트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죠. 또 소비의 70%를 여성이 결정하기 때문에 그 행동을 이해하고 선택을 받으려는 기업은 당연히 여성을 우대하게 되죠. 따라서 결정 권한을 가진 높은 직급에 여성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요. 이미 미국에서는 벤처들이 여성의 참여가 늘고 있어요.”

최근 여성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기업이 스티치픽스(STITCH FIX)다. 창업주가 1983년생 여성이며 미국에서 주목받는 온라인 쇼핑몰로 꼽힌다. 연매출 3000억원에 이르지만 정작 쇼핑몰에는 옷이 하나도 없다. 대신 고객에게 신체 조건과 취향, 예산 등을 입력하게 한다. 머신 러닝이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데이터 분석해서 가장 좋아할 컬러 사이즈 옷을 뽑아낸다. 그 옷 중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5가지를 골라 박스로 보낸다.

여성들은 어떤 전공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최 교수는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이미 많이 뽑았기에 채용할 수 있는 이공계 인력의 최대치에 거의 도달했다고 봤다. 그러나 이공계 출신 여성은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것은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이고 국내 기업들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공계 여학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지만 아직도 미미한 수치다. 최 교수는 “제가 대학을 다녔던 80년대 중반 성대 기계과는 정원이 260명이었는데 4년 내내 여학생을 한명도 못 봤다. 심지어 석·박사 때도 없었다. 이공계 여성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학부부터 연구실까지 10~15%는 되는 것 같다”다. 그러나 얼마나 더 빠르게 증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공계를 택하지 않은 여성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최 교수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의 본질과 속성을 이해한다면 역량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를 분석하려면 틀을 설계해야 하는데, 인공지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이런 건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융합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학습 범위를 넓혀가면 틀림없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올 거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비즈니스가 형성되면 여성이 갈 수 있는 길이 많은 게 분명하니까요.”

 

최재붕 교수 약력

학력 사항 △1987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기계공학 학사·석사 △1997캐나다 워털루대학교 기계공학 석사·박사

주요 경력 △2011~ 현재 스마트융합디자인연구소 연구소장 △2011~현재 성균관대 상섬전기신기술개발지원센터 센터장 △2013~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위원 △2015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사물인터넷(IoT) 분야 자문교수 △2016~현재 국회 제4차 산업혁명포럼 ICT 신기술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수상실적 △2003년 영국기기공학회 우수논문상 △2011 한국건설 IT융합학회 우수논문상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 △2015 제16회 CAD/CAM 경진대회 대상 등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