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원가정처럼 부모-자녀 간

사랑으로 맺어진 소중한 가정

 

“해외입양인 뿌리 찾기 12만건

DB화… 우리 땅에서 낳은 아이

공동체가 책임진다는 의무감을”

 

김원득 중앙입양원장은 “6·25전쟁 이후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가 24만여 명에 이른다. 그 중 16만7000여 명이 국외로 입양됐다”며 “친부모 뿌리 찾기 지원을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맞춤 서비스도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원득 중앙입양원장은 “6·25전쟁 이후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가 24만여 명에 이른다. 그 중 16만7000여 명이 국외로 입양됐다”며 “친부모 뿌리 찾기 지원을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맞춤 서비스도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동안 ‘남아입양 프로젝트’ ‘입양을 축하해 주세요’ 등 다양한 입양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쳐왔고 올해는 입양동화 그림전, 입양인식 개선을 위한 인형극 공연도 선보여 입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듯 차근차근 해나가면 입양이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겠죠.”

올해 열두 번째를 맞는 ‘입양의 날’(5월 11일)을 일주일 앞둔 4일 서울 중구 중앙입양원에서 김원득(57) 신임 중앙입양원장을 만났다.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국무조정실 교육노동정책관·사회총괄정책관 등을 거쳐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3월 3대 중앙입양원장에 취임했다.

중앙입양원 사무실 앞에는 ‘입양은 함께 나누는 행복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입양가정의 행복한 가족사진이 담긴 홍보판이 부착돼 있었다. 남자아이를 품에 안고 환한 미소를 띤 엄마부터 아빠의 검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양손에 꼭 쥔 입양아까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김 신임 원장은 “입양은 가슴으로 낳은 출산”이라며 “친생부모와 떨어져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원득 중앙입양원장은 “입양특례법으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동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과도기에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원득 중앙입양원장은 “입양특례법으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동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과도기에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입양에 대한 인식은 호의적으로 변했지만 ‘내가 낳아야만 내 자식’이란 편견이 아직 남아 있다. 혈통을 따지는 사회관습 탓이다.

“입양가정에서 아이 입양한 걸 쉬쉬하는 것도 특별한 일처럼 비쳐져서다. 우리 땅에서 낳은 아이는 공동체가 같이 책임진다는 의무감을 가졌으면 한다. 아동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원가정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선책인 입양도 원가정과 똑같이 부모와 자녀 간에 사랑으로 맺어진 소중한 가정이다.”

-대규모 아동양육시설은 한국에선 흔하지만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헤이그입양협약을 모범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지침서에는 ‘영구적으로 아동이 시설에 남게 되거나 임시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등의 보호 방법은 대부분의 경우 아동을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시설 보호는 최후의 보호 수단이 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키우지 못한다면 가정과 비슷한 형태의 영구적인 보호망이 제공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곤란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선 미혼부모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 지원망이 한층 더 강화돼야 한다.”

입양특례법 26조에 따라 입양인식 개선과 국내입양 활성화, 입양사후서비스 등을 위해 문을 연 중앙입양원은 올해로 출범 5년을 맞았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원가정에서 이탈된 아이가 국내가정에 우선 입양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해외입양인의 뿌리 찾기 사업에서 많은 결실을 맺었는데.

“6·25전쟁 이후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가 24만여 명에 이른다. 그 중 16만7000여 명이 국외로 입양됐는데, 이들이 성인이 되던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이들의 친부모 찾기 지원을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맞춤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입양기관과 연계해 입양 기록 중 부모를 찾는 데 필요한 51개 항목을 뽑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2013년부터 시작해 12만4000여 건(2016년 12월 기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상태다. 입양 당시 친부모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동의를 구한 후 입양인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중앙입양원을 찾는 해외입양인들이 편안하게 상담을 하며 컴퓨터도 이용할 수 있도록 회의실 공간을 줄여 입양인 쉼터를 개소했다. 공간은 작지만 그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의 마음이다. 김 원장은 “해외입양인들은 문화권이 다른 낯선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을 확인하고픈 욕구를 겪는다”며 “해외입양인과 가족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도 지원한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 전통을 이해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얼마전 만난 한 해외입양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입양국가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지 못한 그는 한국에 장기체류를 하면서 힘겨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중앙입양원이 나서서 병원을 연결시켜준 후 대신 병원비를 내주고, 후원금도 전달해뒀다고 한다.

김 원장은 “입양특례법으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동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과도기에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성장통이다. 보건복지부와 법원행정처가 지난달부터 민법상 입양 부모를 상대로 예비부모교육을 시작한 것도 아동 중심의 입양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헤이그입양협약에 서명했고, 이를 비준하기 위한 이행법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김 원장은 “비준이 이뤄진 후 시행될 입양 제도와 정책에 대한 실무작업 준비에 힘쓰고 있다”며 “협약이 비준되면 입양부모의 자격 확인에 대한 국가 검증부터 예비입양부모 교육 , 예비입양부모와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의 연결과정, 입양 후 서비스 지원까지 국가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입양원 사무실 앞에 선 김원득 중앙입양원장. 뒷편에 ‘입양은 함께 나누는 행복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남자아이를 품에 안고 환한 미소를 띤 엄마부터 아빠의 검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양손에 꼭 쥔 입양아까지 입양가정의 행복한 가족사진이 담긴 홍보판이 부착돼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중앙입양원 사무실 앞에 선 김원득 중앙입양원장. 뒷편에 ‘입양은 함께 나누는 행복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남자아이를 품에 안고 환한 미소를 띤 엄마부터 아빠의 검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양손에 꼭 쥔 입양아까지 입양가정의 행복한 가족사진이 담긴 홍보판이 부착돼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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