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불공정 몸 자원’ 활용

생계 유지하는 대표주자로 정의돼

 

‘된장녀’ 표식 새겨 성매매 산업에

진입 가능한 몸 갖게 되는 것일뿐

 

성매매 산업과 미용 소비 시장서

이중삼중으로 소비되며 고통 받아

 

성매매는 여성 개인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문화, 정치, 경제의 문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집창촌. ⓒ뉴시스·여성신문
성매매는 여성 개인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문화, 정치, 경제의 문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집창촌. ⓒ뉴시스·여성신문

몸 팔아 명품 가방 사는 된장녀. 일베 식 여성혐오가 소환하는 대표적 인물형이다. 이들의 여성혐오적 실천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이르러 더 심각해진다. 혐오 실천자들은 여성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바로 몸 파는 여성들”이라며 온라인 안에서의 공개 처형을 일삼는다.

얼마 전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몰래 찍어 폭로하는 회사 ‘OO패치’에서 이름을 따, 이른바 ‘OO패치’라는 온라인 페이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페이지에는 강남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여성들의 얼굴 사진과 사생활 정보가 나열된다. 주로 여성들의 과거 사진과 함께 성형 사실을 폭로하고, 여성들의 SNS 상 정보를 기반으로 해외여행 사진, 명품 구입 내역, 나아가 이들이 거주하는 고급 오피스텔 정보를 나열하며 이들의 소비활동을 ‘고발’한다.

자격 없는 소비자?

사실 이러한 혐오 실천자들이 반응하는 정보는 이들이 ‘된장질’로 명명하는 여성들의 소비 활동 그 자체가 아니다. 혐오 실천자들의 ‘고발 활동’은 여성들이 여자라는 생물학적 조건을 이용해 땀 흘려 일하지 않고도 사치스럽게 소비하기 때문에 혐오해도 된다는, 그야말로 소비자로서의 자격에 초점이 맞춰 있다. 스스로에 대한 소비 충동을 억제한 어머니 노릇과 연동하는 여성들의 소비는 오랜 시간 상찬돼왔던 것을 볼 때 여성의 성적 이분화는 소비의 자격의 문제로도 귀결되는 듯하다.

결국 혐오 실천자들이 ‘고발’하는 여성들의 소비 문제는 여성의 성기로 대표되는 몸의 성적 차이와 그것을 자원화하는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 동시대 ‘여성혐오’가 실재하는 성매매 산업 종사 여성들과 이들의 소비활동을 직접 겨냥하며 작동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타고난 몸을 활용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대표 주자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둘러싼 페미니즘 내부의 오랜 논쟁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피해자’인가, ‘노동자’인가 충돌해왔지만 실상 일반적인 수준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처럼 자격 없는 ‘소비자’로 이해되며 혐오되고 있다. 근대 남성중심적 지식 체계 안에서 소비가 생산과 분리된 사치의 문제, 성적 타락, 악마화 등의 의미와 연동하는 여성성의 영역으로 다뤄졌음을 지적한 많은 페미니즘 연구들을 떠올려 볼 때 이 같은 혐오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물론 이 같은 남성들의 혐오 실천에 대해 “나는 그런 여성이 아니다”라고 답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여성들은 더치페이를 위한 데이트 통장을 만들고, 내가 들고 있는 가방이 비싼 가방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이 같은 ‘그렇지 않은 여성’이 있다는 설정은 ‘그런 여성’의 행실을 비난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된다. ‘그렇지 않은 여성’은 언제든 ‘그런 여성’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전이되면서 모든 여성들의 일상은 검열된다. 하지만 성차별적 시선에 의해 구축된 프레임 안에서 개별 여성들이 예외적 존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자원화할 수 있는 몸을 가진 자, 그 자체로 환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비하, 차별 발언은 전 여성 존재에 대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시선 그 자체와 일치한다. 여성들은 언제든, 혹은 언젠가는 거래가능한 몸을 가진 자들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8.7조로 추정된다. 이렇게 거대한 성매매 산업에서 여성들의 몸은, 그것이 노인의 몸이든, 장애인의 몸이든, 뚱뚱한 몸이든, 모두 희소한 상품으로 취급돼 거래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은 집단적 성구매 실천을 통해 이성애자 남성으로 사회화되는 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가 여성 개인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문화, 정치, 경제의 문제임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이유다.

이 글은 이 같은 정치학의 연장선에서 혐오 실천자들이 문제 삼는 소비의 자격, 자원으로서의 여성의 몸이라는 실체가 여성 성기로 대표되는 생물학적 요인과 관련되기보다 여성을 성매매 여성으로 재탄생 시키는 기획, 소비 활동 등 문화경제 영역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성매매를 통해 거래되는 것은 여성의 생물학적 몸이 아닌 특정한 체현(體現)을 통해 만들어진 여성의 몸, 여성성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정한 체현, 혹은 이를 만들어내는 소비 활동을 통해 여성들은 성매매 여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여성 몸의 상품화 과정과 상품화 장치

글로벌 경제 안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몸이 국가 정체성을 체현하는 방식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준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계 미국인 사회학자인 킴벌리 호앙은 ‘경합하는 체현의 테크놀로지(Competing Technologies of Embodiment)’라는 논문에서 글로벌 경제 내 베트남이라는 국가가 부상하고 자리매김되는 방식이 성매매 여성들의 계층화된 몸 프로젝트와 관련을 맺는다고 분석한다.

논문에 따르면 베트남 성매매 업소의 여성들은 어느 나라의 손님을 상대할 것인지에 따라 이상적 체현(embodied ideals)을 달리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접대’하는 남성들의 국적에 따라 여성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베트남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급’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들은 한국 비즈니스맨을 동반한 엘리트 베트남 남성을 주로 접대하기 때문에 이들은 ‘한국 스타일’로 성형을 하고 메이크업을 하며 ‘범아시아적 모더니티’를 체현해 베트남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저예산의 서구 남성 배낭 여행객들이 찾는 ‘하급’ 성매매 업소의 여성들은 어두운 피부 화장과 이국적인 메이크업, 전통 복식을 통해 서구 남성들로 하여금 ‘진짜 베트남’을 체험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제3세계 의존성’을 체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성매매 여성들은 단순히 남성과 구분되는 생물학적 몸 자원을 지닌 이들이 아니라, 특정한 계층, 인종, 취향의 남성에 걸맞은 짝으로 기획되는 체현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들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텐프로’에서 ‘노래방’까지 성매매 업소의 등급이 훨씬 세분화돼 있다는 점이다. 개별 여성들은 이들의 말로 ‘와꾸’라 일컫는, 특정 업소에 진입할 외모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태도와 외모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지불해야 하는 미용 소비 비용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대표적으로 출근을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받고, 옷(홀복)을 구입하거나 빌려 입는 비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들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의 ‘중급’ 룸살롱의 여성들은 하루 3만 원 정도를 내고 브랜드가 ‘없는’ 옷을 대여해 입지만 쩜오, 텐프로 등 ‘상급’ 업소에 속한 여성들은 하루 8만원에서 10만원가량 내고 브랜드가 ‘있는’ 옷을 대여해 입는다.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에 드는 비용은 별도다.

업소 등급에 따라 여성들은 차별화된 외모 관리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업소의 서열을 결정하는 데 중심이 되는 기준은 각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외모, 이러한 외모의 등급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언설을 통해 여성의 몸의 거래와 남성들의 성 구매 행위는 마치 여성의 자연적인 몸 가치에 차별적인 가격을 지불하는 시장에서의 합리적인 교환 활동인 것처럼 옹호되고 있다.

여성들은 업소의 일을 계속 하기 위해 이 비용은 조금도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일 지출 내역 외에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해 자신의 ‘몸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장기적인 비용 역시 외모관리 소비 영역에 포함된다. 이는 결국 ‘아가씨로 출근하는 데 드는 비용’, ‘아가씨가 되기 위한 비용’으로 여성들의 ‘재여성화’ 전략의 일환이다.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그 유명한 진술을 ‘여성화’라고 말한다면, 이러한 재여성화는 “여성으로 만들어진 여성들이 다시금 성매매 여성이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물론 성매매 여성들의 이상적 체현의 과정, 외모관리 소비 실천은 외부적 강제에 의한 억압적 과정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재여성화하는 전략적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존한다기보다 다음에서 이야기할 성매매 업소에서의 다양한 장치와 연동하는 필수적인 체현의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들로 하여금 이상적인 체현을 유도하는 대표적 장치는 ‘초이스’다. 모든 성매매에서 남성들은 파트너로 지목된 여성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초이스는 성매매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초이스는 성매매 업소 안에서 재미를 더하는 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 구매자들이 여성들을 비교한 이후 자신의 파트너로 지목하는, 다시 말해 여성을 매매하는 과정 그 자체인 것이다. 업소에 있는 아가씨들의 외모를 보고 자신의 접대부로 지정하는 이러한 초이스 단계는 여성들의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소 종사 여성들에게는 민감한 순간이다.

여성들은 “모든 것은 3초 안에 결정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수입 문제 때문에 업소에서 일정 기간 동안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여성들이 이러한 초이스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초이스를 통해 구매자는 여러 명의 여성들 중 한 명을 자신의 파트너로 지목한다. 시작 단계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두 명 이상 있게 된다. 그 결과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들 간의 경쟁, 특히 외모, 첫인상과 관련된 경쟁은 필연적으로 내재돼 있다.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과의 ‘초이스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이들과 외적으로 유사하여 ‘통과(passing)’하되, 이에 더해 ‘다른 매력’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여성들이 말하는 ‘통과’란 자신이 동일시하고 싶거나 동일시해야 하는 집단의 일원처럼 보이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성매매 산업 종사 여성들이 성형에 대한 비용지출을 포함해 여러 미용 상품을 구입하는 일은 상품성을 체현한 무리의 여성들 사이에서 일차적으로 통과하려는 전략이다. 의류 렌탈 업체, 혹은 의류 제작 공장에서 제공하는 ‘유행’ 상품의 바운더리 안에서 룸살롱 여성들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여성들은 1차적으로 이러한 초이스에 성공하기 위해 업소 내 남성들의 시선, 외모 평가를 모두 수용한다. 또 여성들은 룸살롱 영업진 남성들이 손님들의 안목을 꿰고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들의 이상적 체현의 방식을 모색한다. 결국 초이스는 업소 내에서 남성 구매력에 시선 권력이라는 힘을 더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장치다.

이러한 시선 권력을 극대화한 것이 길에서 업소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유리방’일 것이다. 동시에 강남의 ‘룸살롱 황제’가 도입했다는 2000년대 중반 등장한 ‘매직미러’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매직미러’는 거울 밖에 있는 남성들은 거울 안의 여성들이 보이지만 거울 안쪽에 앉아 있는 여성들은 밖이 보이지 않도록 고안된 특수 거울을 의미한다. ‘매직미러 초이스’ 업소는 “룸 초이스와는 다르게 직접 눈을 마주치며 초이스하지 않기 때문에 초이스의 부담감을 덜고 맘에 들지도 않으면서 초이스하는 실수”를 덜어낼 수 있다고 광고된다. 이러한 장치의 도입은 업소의 성공을 자동적으로 보장해줬다고 한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매직미러’ 시스템 업소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문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여성들이 ‘유리방’ 속에 진열돼 있고 이 여성들 중에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선택의 자유로움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이 같은 장치는 성매매 업소에서 남성들의 초이스를 신중하고 합리적 소비 과정으로 정당화하며 선택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로 사용된다. 또 남성들이 여성을 평가하고 고르는 비인격적인 과정이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면서, 여성을 구매하는 행위에 도덕적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때 여성들이 남성들에 의해 초이스될 수 있는 외모를 만드는 재여성화 과정은 헤어, 메이크업, 홀복과 같은 여성들의 미용 상품 구입 과정 그 자체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여성들의 자기 투자 비용은 초이스를 통해 빠르게 차익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여성들이 룸살롱에서 일하며 유예된 시간을 살고 있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했듯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들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급’ 업소의 여성이 브랜드가 있는 의류를 렌탈하는 것은 타산에 맞는 일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초이스를 위해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하급’ 업소에 속할수록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옷을 통해 표식을 구분하는 것은 해당 여성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남성 구매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업소 등급은 여성들이 룸 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허용 정도에 따라 나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외모관리 소비 내역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예쁜 옷, 명품을 구입하는 자기 치장의 욕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특정 등급 업소에 속한 ‘아가씨’로 연출해야 하는 업소 내 규범과 관련을 맺는다. 그러므로 여성들의 외모관리 소비와 관련된 자기 투자비용은 여성들이 특정 등급의 여성으로 스스로 재여성화하는 과정 그 자체이며 이 때문에 모든 ‘아가씨’들은 이러한 비용 지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특정한 장에서 요구하는 의미를 몸에 새긴 ‘성매매 여성 되기’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여성들의 재여성화 전략에서의 최고의 투자는 다름 아니라 성형수술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성형시장은 세계적인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강남에만 2500개가 넘는 성형외과가 자리할 정도로 성형시장에서 강남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강남이 성형시장의 메카가 된 것에는 강남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들이 잦은 성형을 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강남 성형외과 상담실장 경력 15년의 여성은 한 여성지 인터뷰에서 단골손님 직업군의 첫 번째로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꼽는다.

초이스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성매매 산업 안에서 여성들은 ‘통과’되어 구매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상품이 되기 위해 성형을 필수적인 투자 품목으로 계산하고 있다. 룸살롱을 찾은 남성 손님들은 이왕이면 나도 ‘이런 데’ 왔는데 ‘잘 꾸민 여자’의 파트너가 되고 싶다면서 성형한 여성을 주로 초이스한다고 한다. 여성들은 성형 이후 ‘예쁜 얼굴’을 갖게 되었을 때 영업진들의 스카웃에 의해 상위 업소로 진입도 가능하고 초이스도 잘 되기 때문에 ‘편한 업소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스스로 계산한다.

성매매 여성들의 소비를 말한다는 것

성매매 여성들의 미용 소비 비용은 성매매 여성으로 체현되는 비용이다. 이때 수반되는 여성들의 외모관리 소비는 특정한 경제적 장 안에 머물기 위해 요구되는 일종의 진입 비용이다. 이러한 진입 비용은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 구매자들이 각각의 장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표지를 적절하게 선택해 체현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체현의 차이는 여성들이 ‘자연적으로’ 배치됐다고 여겨지는 업소 등급, 이 업소를 찾는 남성 손님들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각의 업소, 상황에서 초이스 가능한 여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출 비용, 원료 구입비가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외모관리 소비라는 활동을 통해 성매매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직업군 여성들의 소비 행태를 기술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는 여성 상품화 과정에 대한 사고를 결여한 채 성매매 문제가 개인들의 행위, 동의, 욕망의 문제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 담론에 개입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여성학자 김은실은 ‘여성의 건강/몸 관리와 육체 이미지의 소비 문화’라는 글에서 자기 관리와 자기 투자를 강하게 주장하는 여성들이 많은 경우 강한 이미지의 세계, 가상의 현실에 대한 준거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스스로의 외모관리 소비를 자기 투자의 의미로 해석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특정 업소에 진입한 남성들이 요구하는 등급화된 여성상이라는 가상의 준거를 갖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몸 팔아 명품가방 사는 된장녀’라는 말은 잘못된 분석이다. 여성들은 시장에서 구입한 ‘된장녀’라는 표식을 체현해 비로소 성매매 산업에 진입 가능한 몸을 갖게 된다. 결국 성매매 산업과 성매매 산업을 둘러싼 미용 소비 시장을 경유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중, 삼중으로 소비되는 결과를 낳는다.

 

 필자 김주희씨는

성매매 문제에 오래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연구해왔으며,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FICT와 망원사회과학연구실에 거점을 두고 공부하고 있으며 이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빈곤의 여성화와 관련한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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