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차량길 재생 프로젝트 

국내 1호 고가보행로로 재탄생

 

점심 땐 직장인, 저녁은 나들이객

“화장실, 식수대 부족” 아쉬움도  

서울시 “지역 상권 활성화 기대”

 

고가차도에서 공중보행로로 탈바꿈한 ‘서울로 7017’이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도심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고가차도에서 공중보행로로 탈바꿈한 ‘서울로 7017’이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도심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도심에 이런 공중정원이 생기다니 발상이 신선하네요. 뉴욕 ‘하이라인파크’에는 물론 못 미치지만 공중 철로가 공원으로 재탄생해 세계적 명소가 됐듯 낙후된 서울역 고가가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니까 아주 볼만한데요.”

회사원 박수빈(31·경기 광명시)씨는 ‘서울로 7017’을 친구와 둘러보며 이렇게 감탄했다. 지난달 20일 공식 개장한 ‘서울로 7017’(옛 서울역 고가, 이하 서울로)이 6일 오전 11시 기준 방문객 133만명을 기록했다. 산업화 열풍이 일던 1970년 서울역고가라는 이름으로 탄생해 45년간 차량길로 제 역할을 다 하고 국내 1호 고가 보행로로 시민 품에 안겼다.

5일 직접 찾아가본 서울로는 평일인데도 방문객들로 북적댔다. 개장 초기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만리동에서 출발한 서울로는 1024m로 성인 걸음으로는 30분쯤 걸렸다. 고가보행로에는 흰젖제비꽃, 노랑말채나무 등 특이한 이름의 식물부터 특산물로 쓰는 노각나무, 약용 구기자나무까지 50과 228종 2만4085그루가 심어진 645개의 화분이 놓여 있었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호기심 화분이나 공중자연쉼터, 방방놀이터 트램플린 등을 가장 좋아했고 나들이객들은 구서울역사나 숭례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고가보행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이 보행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이 보행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편의시설 가운데 이름이 독특한 곳이 여럿이었다. 5대 식음시설은 시설이 위치한 구역에 식재된 수목의 이름을 따 장미김밥, 수국식빵, 목련다방, 도토리풀빵으로 지었다. ‘7017서울화반’은 꽃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비빔밥의 고어 ‘화반’을 따서 이름 지었다고 한다. 허준 서울시 푸른도시국 주무관은 “점심시간에는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많고, 저녁시간에는 빌딩숲 야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나들이 나온 가족,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등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방문객의 6% 선인 외국인 방문객이 실제로는 더 많이 오는 듯 발걸음을 뗄 때마다 흔히 볼 수 있었다. 서울로 초록산책단 소속 자원봉사자인 강삼석씨는 “일반 관광객 말고도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나 걷기단체에서 많이 온다. 외국에서도 찻길을 재생한 고가보행로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본 구간과 연결된 보행길은 모두 17개다. 이 길을 통해 주변 6개 지역으로 실핏줄처럼 뻗어나갈 수 있다. 시는 특히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대가 컸다. 시의 한 관계자는 “홍대에서 장사하던 분들이 일부 만리동, 중림동으로 옮겨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남대문시장 매출도 30%는 늘었을 것이다. 1990년대 전통 시장 활황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큰 변화는 못 느꼈다”는 반응이 주류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만나식당 이옥희(65) 사장은 “평일 낮에 예전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매출 상승의 호재임은 틀림없다”고 반겼다. 

하지만 화장실, 식수대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그늘막이 없다며 운영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친목회원들과 나들이 나온 조금자(66‧서울 녹번동)씨는 “편의시설이 더 늘어나야 하고, 강화 통유리 안전난간이 다소 낮아보인다. 방범용 CCTV가 29대 있다지만 지난번에 자살 사고까지 난 걸 보면 안전 대책을 더 강력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로 7017’을 찾은 어린이들이 공중자연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로 7017’을 찾은 어린이들이 공중자연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시는 방문객 수가 기대 이상이라 반기는 분위기다. 이장원 서울로총괄기획팀장은 “개장 보름 동안 주말 10∼12만명, 주중 4∼7만명이 서울로를 찾았다”며 “당초 서울연구원에서 추산한 연간 437만명(봄∼가을 주말 3만명, 평일 1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개장 초기임을 감안해도 약 4배에 가까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시는 ‘해설이 있는 서울로 산책’을 확대해 단체 이용객에게 전화(02-313-7017)로 신청 받아 서울로를 상세히 안내하고, 목요일에는 인형극 체험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운영한다. 주말마다 다양한 축제프로그램도 연다. 8∼11일, 15∼18일 서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거리예술 시즌제’, 9·17·24일에는 정직한 농부들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부의 시장’ 행사를 연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서울로는 보행로 연결이 역사, 문화를 연결하고 진정한 지역 간 소통과 도시 발전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걷는 도시 서울을 완성해나가는 도시재생의 아이콘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