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조 바뀌면서 정책용어도 ‘성평등’으로

‘양성평등기본법’ 법 명칭, ‘성평등기본법’ 개정요구도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이낙연 국무총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육아휴직 아빠, 워킹맘, 기업인 등이 ‘성평등 실천약속’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이낙연 국무총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육아휴직 아빠, 워킹맘, 기업인 등이 ‘성평등 실천약속’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부가 그동안 써오던 ‘양성평등’이라는 정책용어 대신 ‘성평등’을 사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계의 비판에도 양성평등을 고집해왔으나 새 정부의 기조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성평등 용어 사용을 늘리는 모양세다.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여성정책의 ‘헌법’으로 불리는 ‘양성평등기본법’도 법 명칭을 ‘성평등기본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새 정부 들어 처음 맞은 양성평등주간(7.1~7.7)의 주제를 ‘함께하는 성평등,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고 정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기존 국무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의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여기서도 양성평등은 자취를 감췄다. 여가부 측은 “그동안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용해 사용해왔으나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양성평등주간처럼 법명에 정해진 용어 외에는 대부분 성평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어 시행된 후 정책용어를 양성평등으로 통일해 사용해왔다. 그러면서 ‘여성주간’은 ‘양성평등주간’으로 ‘여성정책’은 ‘양성평등정책’으로 불려왔다. 이후 ‘양성’이라는 표현 때문에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성별이분법을 재생산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대전광역시가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항을 담아 ‘성평등조례’를 제정했다. 그러자 여가부는 이 조항이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은 양성평등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났다”면서 대전시 측에 삭제를 요청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양성평등의 의미를 남녀 간의 기계적인 평등으로 해석해 일부 지자체는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여성단체에게만 맡길 수 없다며 관련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기도 했다.

앞서 19대 국회에 여성발전기본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법 명칭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성평등’은 제3의 성과 동성애자 등을 포함한다며 처음 법안 명으로 제시됐던 ‘성평등기본법’은 명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론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양성평등’이 여성과 남성 간의 평등만을 의미한다며 결국 ‘양성평등기본법’이 최종 법명으로 결정됐다. 성적 지향, 제3의 성에 대한 차별까지 포괄하게 될 경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역차별’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와 국회의 타협이었던 셈이다.

여성단체는 법명 개정을 요구하며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 운용은 남성 역차별 주장과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맞물려 오히려 성별고정관념과 여성과 남성 간의 대결 구도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여성과 성평등 정책 전반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개헌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도 헌법에 명시된 성평등에 관한 별도의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헌법 36조에 명시된 ‘양성의 평등’이라는 부분을 ‘성평등’으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여성정책 총괄 부처인 여가부가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공식적으로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고 성평등위원회 출범이 결정되면서 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법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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