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성차별을 폭로하다
과학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성차별을 폭로하다
  • 권은주 기자 ejskwon@womennews.co.kr
  • 승인 2017.07.19 13:37
  • 수정 2017-07-19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년 동안의 거짓말 -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200년 동안의 거짓말 -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를 읽을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

페미니즘 바람을 더해 줄 수준 높은 교양서 

우리나라 방송광고에서는 여성이 먹는 피임약 광고는 있지만 콘돔 광고는 없다.  ‘갱년기 우울증’이라는 말,  완경을 질병으로 진단한 의료산업과 이를 승인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결탁이다. 미국 사회에서 한때 문제가 됐던 유산방지제 DES, 여성용 피임기구 달콘실드, 국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여성용 호르몬제 모두 여성의 건강에 앞서 먼저 고려되는 이슈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푸른길에서 내놓은 ‘200년 동안의 거짓말: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는 성차별적 의학의 조언, 제약회사의 판촉에 여성이 지속적으로 피해 입은 사례를 적고 있다. 또 ‘과학적’이라고 믿어 온 ‘전문가’들이 여성에게 어떤 조언과 처방을 해 왔으며 거기에 여성들이 어떻게 휘둘리고 대응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산업화와 세계대전을 계기로 여성들이 노동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할 무렵 전문가들이 과학적 전문성을 내세우며 여성들이 여성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의사들은 여성의 행동을 길들이기 위한 19세기의 음핵절제에서부터, 어머니를 거세자라고 비난한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성적·감정적·모성적 삶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에 따르면 생리는 격리가 필요한 병이었고, 임신은 장애 상태를 의미했으며 고학력은 자궁의 장기적 건강에 대한 위협이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의료의 역사, 심리학의 역사, 아동의 역사, 가정의 역사가 사회·경제적 변화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그 속에서 여성의 본성과 의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출판물, 회고록, 잡지, 편지, 강연, 팸플릿 등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직장에서 남자처럼 경쟁해서 승자가 되는 법, 가정의 여신이 되는 법, 성공하는 자녀를 키우는 법, 실연에서 회복하는 법, 몸무게를 줄이는 법, 불면증·불안·조울증에 대처하는 법과 같은 조언산업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번창하고 있다.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미국 진보주의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작가다. 비정규노동자의 삶을 3년간 직접 체험한 뒤 2001년 워킹푸어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탐사보도 ‘니켈 앤 다임Nickel and Dimed’(빈곤의 경제(2002, 청림출판)과 ‘노동의 배신’(2012, 부키)으로 유명한 작가다. 에런라이크의 책은 미국 연방정부로 하여금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만들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디어드러 잉글리시는 에런라이크와 오랫동안 공동 작업을 해온 UC버클리대학 교수(저널리즘대학원)이자  페미니스트 작가이다. 두 저자가 대학원생 때 소책자로 만들었던 ‘마녀, 산파, 간호사: 여성 치료의 역사’와 ‘불평과 장애: 병의 성 정치학’이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이를 보강해 출간했다. 500쪽이나 되는 분량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분야를 넘나드는 전문성과 광범위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 그 방대함에도 놀라지만 위트 있는 문장과 ‘사이다’ 같은 직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옮긴이 강세영은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계명대학교 여성학과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옮긴책으로는 ‘가부장제의 창조(2004)’, ‘페미니즘과 관료제(공역,2009)’가 있으며 여성과 일, 성별과 조직, 여성정책이 주 연구 분야이다. 신영희는 계명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를 수료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노동, 모성, 여성교육이 주 연구 분야다. 임현희는 계명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를 수료했고 여성노동, 젠더와 미디어, 여성정책이 주 연구 분야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