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카카오페이 광고

여성을 ‘민폐’로 그리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왜곡되고 부정적 여성관

고착화한다는 우려 높아

 

카카오페이가 카톡 무료송금을 소개하는 TV광고에서 여성 이미지와 여성들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지상파TV 등을 통해 3편의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는 실제로 ‘카톡’을 주고받듯 구성됐다. 지인 간에 돈을 요구하는 상황을 소재로 삼고, 카카오톡 안에서 쉬운 송금이 가능하다는 걸 강조한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민폐’ 혹은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카카오페이 ‘단톡방’ 편. ⓒ카카오페이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카카오페이 ‘단톡방’ 편. ⓒ카카오페이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먼저 ‘단톡방’ 편이다. 광고에선 전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한 여성이 카카오톡 단체방에 등장한다. 그는 모임에서 찍은 친구들의 엽기사진을 보여주며 ‘5분 내로 n빵 안 보내면 바로 올리겠다’고 협박(?)한다. 경악하는 친구들은 돈을 송금하고, 이에 여성은 만족스러워한다. 광고를 본 대학생 신모(23)씨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왜곡된 프레임을 토대로 만든 것 같다”며 부정적인 여성 이미지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광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페이 ‘청첩장’ 편. ⓒ카카오페이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카카오페이 ‘청첩장’ 편. ⓒ카카오페이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청첩장’ 편에서는 연락이 뜸하던 친구가 ‘잘 지내냐’며 갑자기 카톡을 보내온다. ‘이게 얼마만이냐’며 반가워하는 여성에게 상대방은 대뜸 모바일 청첩장을 보낸다. 청첩장을 받은 이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카카오페이로 축의금을 송금한다. 해당 편에서 ‘민폐’ 행동의 주체는 여성이다. 본인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꼴불견’으로 묘사된 것이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예의에 어긋나는 상황에 왜 계속해서 여성을 주체로 내세우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 ‘소개팅’ 편. ⓒ카카오페이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카카오페이 ‘소개팅’ 편. ⓒ카카오페이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마지막으로 ‘소개팅’ 편에서는 소개팅을 마친 남녀가 카톡을 주고받는다. ‘오늘 저녁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아까 밥 먹은 것 n빵 하자’고 한다. 이에 여성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식사비용을 보낸다. 직장인 이모(35)씨는 “광고 안에서 여성은 소개팅 할 때 남성에게 얻어먹는 존재로 그려졌다. 또 더치페이를 요구하는 남자한테 아무런 말도 못하고 순순히 돈을 보내는 주체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묘사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못생긴 남자가 예쁜 여자에게 더치페이를 요구하는 걸 웃음 요소로 삼으려 한 것 같은데 전혀 웃기지 않다”며 “오히려 카카오페이 이용하면 ‘찌질’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소개팅 때 남자한테 밥 얻어먹는 걸 전형적인 양태로 그리고, 더치페이 얘기에 여성을 저렇게 순수한 듯 멍청한 듯 생각 없는 사람으로 묘사해야 하나.”(광고 영상에 달린 유튜브 댓글 중)  

광고를 시청한 이들은 대개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게 될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한 여성 이미지를 그려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한다는 지적이다. 

서리안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모니터링 결과 광고 자체가 비호감이라는 반응은 있었다. 그러나 여성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감지하지 못했다”면서 “카카오페이 사업부와 광고담당 쪽에 확인해본 결과 송금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돈을 주고받는 관계나 상황 등에 초점을 맞추고 광고를 제작하게 됐다. 재미있게, 위트 있게 만들려다보니 그런 인식을 주게 된 것 같다. 여성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 편의 광고는 티저 형식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TV에선 방영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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