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별 ‘정치학교’ 성평등 교육 살펴보니 

민주당 ‘성평등한 눈으로 세상 바로 보기’ 1.5시간

국민의당 ‘젠더와 생활정치’, ‘성별영향평가...’ 등 3시간

자유한국당·바른정당...기간 길어도 젠더 교육은 안보여

 

주요 정당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정치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정치리더 등용문’, ‘정치인재 등용문’ 등 수식어로 내걸어 주목받고 있지만 커리큘럼에서 성평등 강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진보정당에선 성평등 강의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반면, 보수정당은 진보정당에 비해 수업기간은 길지만 제대로 된 성평등 관련 강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학교는 정치 신인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수료생들에게 공천심사 등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준다고 홍보 중이다. 8월 말 개강한 더불어민주당을 시작으로 각 당별로 4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유료로 운영한다. ‘인맥쌓기용’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강의 내용은 선거를 대비해 마련되는 만큼 주로 지방선거에 대한 이해와 함께 당선 전략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교육이 성평등 관련 강의다. 성평등에 대한 정치권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민주 정치대학’이라는 이름으로 5주 과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육 과정 가운데 ‘성평등한 눈으로 세상 바로 보기’라는 제목으로 성평등 관련 강의를 1.5시간을 배정하고 정춘숙 의원이 강의한다. 이 외에 내 삶을 바꾸는 정치, 민주당의 비전과 혁신 방안, 우수 지자체 견학, 지방재정분권, 개헌과 지방정부 혁신, 글쓰기, 말하기, 스피치 등이 교육에 포함됐다.

민주당 정춘생 공보실장은 성평등 강의를 편성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도 페미니스트 선언하고 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정치 지망생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며 “일부 수강생들은 먼저 강의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성평등 강의가 필요한 이유로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성평등 관점이 필수적이다. 본인이 미처 몰랐던 다양한 시각을 듣고 볼 수 있어야 하고 성평등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실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정치가 더욱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곧 열리는 각 지역 아카데미에서도 성평등 강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당 정치아카데미’라는 타이틀로 9월 4일부터 총 5주 과정으로 진행한다. 교육 내용 중 성평등 관련해선 ‘지방분권시대, 젠더와 생활정치’, ‘성별영향평가로 본 지방정치’ 등 2개로 강의를 세분화했고, 이성은 박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았다. 이 외에는 중도정당 사례와 정책, 대선 평가와 다당제,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 지방예산에 대한 이해, 지방선거 일정 전반과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의 이해, 선거운동 노하우, 온라인 홍보 방안, 지방선거 정책·공약 만들기 등이 교육 내용에 담겼다.

국민의당 강석균 정치연수원 국장은 성인지 관점의 세분화된 강의를 편성하게 된 이유로 “지방선거 승리를 안철수 대표가 강조했고,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제3당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를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제시한 바 있어 이계안 연수원장이 비중있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강 국장은 특히 “지방분권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생활정치는 젠더 감수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젠더 감수성의 민감도를 높여야 하는데 특히 단체장반 참가자는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남성 중심 정치 풍토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보수정당들은 9월 5일 일제히 개강하며, 진보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업 기간이 길다. 그러나 오히려 이렇다할 성평등 관련 강의는 찾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이 운영하는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은 10주 과정이다. 경제, 헌법, 정치, 정당, 필승선거, 정책개발, 지방선거 준비 워크숍, 안보강의 등으로 구성돼있다. 성평등과 관련해선 ‘여성, 문화, 교육&정치’라는 제목의 강의를 편성했으며 강의는 전희경 의원이 맡기로 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성평등이나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 활동을 한 적이 없어 강사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의 시간도 50분으로 짧은데 비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어서 강의 내용이 어느 정도 내실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여의도 정치아카데미 이달희 소장은 “남성들이 많아서 성인지 교육이 분명히 필요하다”면서 “강의와 워크숍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는 6개월 과정으로 체계적이고 심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혁보수, 정치윤리, 정치사, 토론, 현장견학, 외교안보, 경제개혁, 법안과 정책, 정치와 미래, 시민사회, 선거, 언론, 미디어, 종편채널, 빅데이터 등 내용도 방대하다. 반면 교육 내용 중 젠더 문제나 인권 문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정책연구소 이지현 부소장은 “앞으로 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게 될 강의 계획 기본안에는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치 지망생이라면 성평등은 물론 장애인,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포함한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를 끌고 나가는 지도층이나 리더라면 국민들보다 인식 수준이 더 높아야 한다. 특히 현재가 아닌 미래세대를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각 정당별 정치학교 포스터
각 정당별 정치학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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