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문제는 정권·정당 이익

넘는 사안이라는 동의 이뤄

모든 정당의 ‘타협의 틀’ 필요

 

 

 

스웨덴은 발틱해 하나를 끼고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노르웨이와 긴 국경이 맞 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바로 건너 덴마크와 지척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으로는 핀란드와 육지로 국경을 가르고 있다. 그만큼 스웨덴은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반도적 위치에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항상 앙숙관계에 있어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긴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은 수 만개의 군도로 이루어져 물길이 복잡하고 잠복할 곳이 많아 수시로 러시아의 잠수함이 쉽게 영토를 침입해 들어올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해 있다. 최근까지도 러시아 잠수함이 출몰해 군도에 사는 한 시민에 의해 찍힌 사진이 일간지에 보도되어 사진의 진위를 놓고 군 당국과 진실게임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정부도 러시아 잠수함으로 단정했고, 외교채녈을 통해 러시아 정부에 정식 항의를 했다. 긴 해안선 때문에 러시아가 언제든지 전략거점 지역을 침략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스웨덴의 외교정책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중립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1~2차세계대전에서 중립주의 노선으로 이웃국가들이 히틀러의 독일에 점령되는 수모를 겪는 동안 전쟁의 화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동북쭉으로는 러시아, 그리고 서남쪽으로는 나치 독일에 포위돼 2차대전이 조금 더 길어졌다면 스웨덴도 러시아나 독일에 의해 점령당했을 것이다.

스웨덴은 2차대전 이후 핵폭탄의 위력을 알고 있었기에 비밀리에 핵실험을 진행했다.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스톡홀름의 왕립공대 한 구석에 은밀하게 위치해 있었던 소형 실험실은 거의 완성단계에서 정부의 판단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1972년 당시 사민당 정부는 모든 정당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국 핵무기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발전소 건설과 핵연구는 지속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 같은 결정을 하고도 러시아의 침략에 노출돼 있었기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방법은 강한 군대로 맞설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지었다. 고도로 발달된 정밀기계산업 그리고 통신기술기업 덕에 통신장비, 대포, 항공기, 잠수함, 미사일 이동장비, 미사일 , 탱크 등 육해공군의 모든 전쟁무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인구 1000만명 밖에 안 되는 작은 국가지만 무기체계를 구축해 스스로 국방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국방기술 수준이 높아 스웨덴에서 생산된 전투기, 미사일 발사체, 통신장비 등이 중동, 중남미, 그리고 남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스웨덴은 러시아가 언제든 주변국을 침략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스웨덴 정치의 협치정신이다. 국방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들이 참가하는 협력체제가 구축돼 있다. 2015년에는 102억 크로네를 2020년까지 국방전력 강화를 위해 특별예산을 추가배정하는 합의사항에 여야 5개정당이 참여했고, 2주 전에는 5년 동안 27억 크로네를 국방강화를 위해 더 배정하는 정책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올 1월부터 여성징병제도를 시행하는데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국방문제는 정권과 정당의 이익을 넘는 사안이라는데 국민과 정치인들이 동의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와 연금 등도 국방문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책이슈 부분은 여야구분 없이 정치적 타협의 틀이 만들어져 있어 대화의 정치로 이끌어 간다. 국민들의 의견이 좌와 우 그리고 지역으로 갈갈이 나뉘지 않도록 모든 국회 정당들이 참여하는 타협의 틀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한반도가 일촉측발의 상황이다. 스웨덴의 국민화합 방식 그리고 국가생존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먼저 전격적으로 야당들의 협조를 구하고, 야당들도 핵위기, 그리고 국방문제만큼은 정부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아예 이 기회에 여야 국방패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볼일이다. 지금은 내가 살 것을 궁리하는 것보다 국가의 미래, 우리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나의 이익을 내려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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