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소야대의 난국 극복하려면

다수의 횡포 정면 돌파 의지 보이고

야당 비판 전에 행동으로 협치 해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지난 5월 24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10만이다. 국회 표결엔 293명이 참석했는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임명 동의에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헌재 소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국회 임명 동의안 첫 부결 사태다.

 

이런 이례적인 결과를 놓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과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 국민 배반”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잔존해 있는 적폐”라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불복이고 탄핵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탄했다. 더 나아가 “6자 핵실험 할 때는 국회를 내팽개치더니, 인권 보호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소를 마비시킨 제1야당의 행태에도 국민은 공분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들은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한 사람이 헌재 소장이 될 수 없다는 민주주의와 상식이 이긴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코드 인사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회에서 김이수 임명 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것은 국민의당이다. 새 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의 힘’이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40명) 중 최소 20명이 이상 반대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힘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당 기반인 호남에서의 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대표의 지시나 당론이 아닌 소속 의원들의 자유 투표를 통해 표결에 임했다. 이를 두고 적폐 세력과의 연대니, ‘한국당 2중대’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분명 이번 사태는 대통령 권력과 여소야대 권력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일방통행 속에서 야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간에 ‘신 야권연대’가 부상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냉정한 입장에서 정치 현실을 직시해보면 청와대의 정국 대처 능력에 문제가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이수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자 즉각적으로 “헌정 질서를 정략적으로 악용한 나쁜 선례”라고 했다. 윤 수석의 발언에는 선의를 갖고 오직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하는 일을 국회가 따라야 한다는 ‘행정독주적 사고’가 묻어나 있다. 윤 수석의 논리대로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무조건 동의해 줘야 한다면 청문회를 왜 하는가. 장관 임명과는 달리 독립적 헌법 기관인 대법원장, 헌재 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그리고 국무총리 임명을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표결하도록 한 것은 3권 분립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윤 수석은 국회를 비판하기 전에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결과를 존중 한다”고 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동안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청와대가 독주하면서 국정 농단이 이뤄지고 정권이 실패한 것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해야 정부가 건강해지고 국정 운영도 성공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국회에서 인준이 거부됐으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먼저 성찰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국민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깨끗하고 정직하고 겸손하라”는 것이다. 현 정부의 오만함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대해 “미국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맨몸으로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반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여소야대의 난국을 극복하려면 다수의 횡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야당을 비판하기 전에 행동으로 협치를 해야 한다. 단언컨대, 오만은 협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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