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관 외모 평가하고 ¦

여가부 장관 상대 질문 ‘0건’

질문한 의원 48명 중 여성 6명

여야 대치 땐 중진 투입 관례

“중량급 여성 의원들 없는 탓”

여성 의원들 설 자리 늘려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성의원들(가나다 순) ⓒ여성신문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성의원들(가나다 순) ⓒ여성신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자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성 의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진 의원들이 많이 나선 탓에 대정부질문에서 여성 의원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이유다. 특히 이번 대정부질문에선 성평등, 젠더폭력 등의 여성 이슈가 언급되기는커녕 여성 장관을 불러 외모 평가를 하는 남성 의원까지 등장해 바닥 수준의 젠더감수성을 드러냈다. 

제354회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지난 11일에서 14일까지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질문자로 나선 여성 국회의원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특히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부질문이란, 국회 본회의 회기 중 국회의원이 정부에 대해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에 관해 질문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단상으로 나와 국무위원을 불러 일문일답 방식으로 질문한다. 1인당 10분의 질문시간이 주어지며 마이크를 독점한다. 국정감사와 함께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루 12명씩 4일간 각 당이 정한 48명의 의원이 질의에 나섰다. 이중 여성은 6명으로 12.5%에 그쳤다. 11일, 12일에는 여성 의원이 한명도 없었고, 13일에는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4일에는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박영선·전혜숙·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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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석수 107석으로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질의하는 여성 의원을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당 소속 여성 의원은 현재 13명이다. 왜 그럴까. 다양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먼저 질의자가 되려면 의원이 당에 신청을 하고 신청자가 많을 경우 당지도부가 질문자를 선정한다.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당이 먼저 의원을 지목해 배정하는 경우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의 특수성을 고려해 명단을 구성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상황을 고려해 초선보다 중진 의원들이 나섰다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의 A의원 측은 “국회 보이콧 전에는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통상 여야 대치 상황에서 대정부질문은 중진 중심으로 진행하는 관례에 따라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B의원도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정부질문 참가 경쟁률이 치열했다. 마지막날 질문자로 나선 박경미 의원은 “당 내에서 경쟁률이 3대 1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전 정부의 적폐 청산을 당부하고 새정부의 공약사항이 잘 이행되도록 주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C의원실은 “초선은 선정을 하지 않아서 신청을 안했다”고 말했다.

야당 소속 모 의원실의 여성 비서관은 “대정부질문에 나설 중진 이상의 중량급 있는 여성 의원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관례를 따르다보니 여성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한편 14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 때 이낙연 국무총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포함한 8개 부처 장관이 출석했지만 정 장관은 한 번도 단상에 오르지 못한 채 국회를 떠났다. 여야를 통틀어 질문하는 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와 관련한 현안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4일간 여성 관련 문제를 질문한 의원은 없었다. 그나마 생리대 문제가 등장했지만, 유독성에 관한 조사나 대응을 촉구하는 의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화학물질정보 통합 시스템 진척 상황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생리대 문제를 언급한 게 전부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생리대를 거론했으나 질문과는 무관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교조의 성평등 교육을 동성애 교육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오히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외모에 관해 언급해 이번 대정부질문의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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