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나오시마

되살린 핵심은 예술

낡은 집,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프로젝트 성공

 

 

 

겹겹이 붙여놓은 빛바랜 슬레이트벽에 벗겨진 페인트, 곰팡이 핀 낡은 벽지. 사람이 살까 싶은 낡은 집이다. 100여년 전 쯤 지어진 이 집들은 1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 살면서 벽을 덮고 도배하고 칠하기를 반복했다. 깨져 나간 슬레이트벽과 낡은 벽지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낡은 벽을 뜯어내고 나서야 그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대나무 심에 진흙 반죽으로 마감한 벽은 생생했으며 지붕을 지지하고 있는 보와 판재들은 뽀얀 먼지만 앉은 채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10여미터가 넘는 보들이 무려 100년 동안이나 가려진 채로 꼭꼭 숨어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목포근대역사관에 가면 목포의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비교한 사진들이 전시돼있다. 식민지 시대 일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학교, 관공서 등의 건물들을 대부분 헐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을 주차장으로 쓰거나 볼품없는 상가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으로 비교된 현실은 참담했다. 개항기의 건축물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더라면 아마도 목포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근현대사 관광지가 되었을 것이다.

도시에 대단지 아파트나 건물들이 들어서야 도시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에 목숨 거는 사람들은 사실 도시의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아파트를 지어 땅값이 오르거나 개발수익, 시세차익에만 관심이 있다. 더군다나 아파트의 내구성은 불과 30년 정도밖에 안 된다.

나오시마는 구리제련소가 있던 일본의 작은 섬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공장시설이 있는 지역들은 공장시설이 가동되는 동안에는 지역이 흥하지만 공장이 문을 닫고 나면 사람이 떠나고 지역은 폐허가 되기에 십상이다. 폐허가 된 나오시마를 되살린 핵심은 예술이었다. 사람이 떠난 섬을 통째로 예술의 섬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적 작가들이 참여해서 섬은 거대한 예술품으로 탈바꿈했고 그 중에서 안도 다다오의 건축들은 나오시마 예술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제련소라는 콘셉트를 섬 전체를 관통했고 낡은 집들은 예술가들이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오시마의 사례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말해준다. 이 프로젝트를 보면 20여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중심으로 촉박한 시간으로 진행되는 우리의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할 문제다. 나오시마는 지역이 갖고 있던 문제들, 낡은 집들이며 지역주민들을 배제하지 않고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중심에 뒀다. 개발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지역이 어떻게 오래 유지될 수 있느냐는 답을 준다.

비행기 타고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쯤 가서 고대 유적을 봐야만 역사를 본 것은 아니다. 거창한 유물보다 소소한 일상의 흔적들이 귀하게 대접받는 것이 요즘이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개발이 아니라 발굴이다. 도시 곳곳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있다. 100년쯤 된 것에는 100년만큼의 스토리가 담겨 있고 100명쯤 있는 곳에는 100개쯤의 사연들이 들어있다.

세상엔 아직 찾지 못한 보물들은 많을 것이다. 조상들이 우리에게 보물을 숨겨주었듯 우리도 후손들에게 보물 하나씩 정도는 숨겨서 남겨야 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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