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8월 31일 부인 이순삼씨의 고향인 전북 부안 줄포에 방문해 ⓒSBS방송 캡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8월 31일 부인 이순삼씨의 고향인 전북 부안 줄포에 방문해 ⓒSBS방송 캡처

 

막말 쏟아내도 책임 묻지 못해

‘노이즈 마케팅’으로 승승장구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국회의원) 배지 떼라”,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설거지를 어떻게 해요. 나는 집에서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뽑아서는 안 된다”, “촌년이 출세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동안 언론에서 혹은 대중 앞에서 거침없이 쏟아낸 성차별적 발언들 중의 일부분이다. 그때마다 여론은 “홍준표가 또...”라면서 분개한다. 여성단체, 타 정당 의원들, 언론들도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그때뿐인 듯하다. 최근에는 마초 이미지를 벗겠다며 여성들만을 초청해 행사를 열어놓고는 “젠더폭력은 뭐냐”고 당당하게 질문하는 태도를 보면 반성을 하거나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홍 대표가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막말과 성차별적 발언으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발언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는커녕 오히려 더 잘나가는 정치인이 됐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국회의원 100명이 넘는 거대 정당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홍 대표를 두고 다른 정당에서는 “성차별 발언을 한 외교부 국장을 조사하듯이 홍 대표를 조사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한 노릇이다”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많은 여성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공인이긴 하지만 국회의원 신분은 아니니 배지를 떼라는 말조차 한마디 할 수 없다.

어느덧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감의 최대 관심사는 증인 채택이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부터 청와대 행정관까지 다양한 이름들이 오르내리면서 국회가 떠들썩하다. 누가 되든 국정의 잘못된 부분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기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홍준표 대표를 국정감사에 소환하는 거다. 여가위가 홍준표 대표를 불러 조사하는 것이 여성 권익 증진 등 지위 향상에 기여하는데 의미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국정감사의 대상은 국회 각 상임위 감사 대상기관의 기관장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 한 정당의 대표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

홍 대표가 대학 시절 돼지흥분제로 성폭행을 모의하는데 가담했다는 자서전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11월 6일 여가위 국감을 앞두고 그 글을 다시 소개한다. 소속 의원들은 꼭 한번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10월 유신이 나기 얼마 전 그 친구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우리에게 물어왔다. 곧 가정과(해당 여학생이 다니던 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주기로 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밤 12시가 되어서 돌아온 그는 오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였다.

얼굴은 할퀸 자욱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와이셔츠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월미도 야유회가 끝나고 그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 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흥분제가 진짜였다면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나 돌아가고 싶다’(200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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