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다’ 한 마디가 가져 온 공감의 힘

피해 경험 공유에서 시작…

가해고백·대안모색까지

#IDidThat, #HimThough

등 다양한 변주도 이어져

 

SNS의 ‘미투(#MeToo)’  캠페인을 시작한 배우 알리사 밀라노. ⓒ알리사 밀라노 페이스북
SNS의 ‘미투(#MeToo)’ 캠페인을 시작한 배우 알리사 밀라노. ⓒ알리사 밀라노 페이스북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로 시작된 여성들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나도 그렇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그 파급 효과가 날로 늘고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에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고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영화계를 넘어 다른 분야로, 미국을 벗어나 전 세계로 확대됐으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위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미투 캠페인을 둘러싼 담론과 뒷이야기, 그리고 이로부터 촉발된 사회 현상을 소개한다.

 

미투 캠페인은 10년 전 이미 시작

알리사 밀라노가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고 밝힌 이 캠페인이 사실 10년 전 타라나 브룩이라는 흑인 여성운동가로부터 비롯된 운동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2007년 브룩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 시스템에서 소외된 유색인종 여성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들을 돕기 위해 ‘미투’라는 이름의 운동을 시작했다. 자신 또한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그는 “공감을 간단하게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에 ‘Me, too.'라는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게 됐다”면서 “누군가 이 말을 내게 했을 때 강력한 힘을 가진 말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보니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오늘 유행하다 내일이면 잊히는 캠페인이나 해시태그로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피해자로부터 다른 피해자에게로 전해져 온 힐링을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알리사 밀라노도 트위터를 통해 브룩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전에 미투 캠페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브룩의 재단 웹사이트 링크를 첨부하고 “원작자의 사연도 감동적이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미투(MeToo)’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타라나 브룩. ⓒDemocracy Now! 유튜브 캡처
10년 전 ‘미투(MeToo)’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타라나 브룩. ⓒDemocracy Now! 유튜브 캡처

남성 참여, 대안 모색 등 해시태그의 진화

미투 캠페인은 여성들의 체험 공유에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미투 캠페인에 대한 응답으로 남성들이 자신의 성폭력·성추행 사실을 ‘내가 그랬다(#IDidThat)’ 캠페인도 등장했다. 인도의 소설가 드방 파탁에 의해 시작된 #IDidThat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고백하고 후회하며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글이 증가했다.

성폭행·성추행 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페미니스팅’의 설립자 제시카 발렌티는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이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저널리스트 리즈 플랭크는 “나도 육체적 언어적인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어떤가? 남성을 바꾸는 것이 여성들의 일이라고 누가 결정했나”라며 ‘그가 그랬지만’(#HimThough)이란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을 지지하고 성범죄를 막을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HowIWillChange)’와 같은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미투(#MeToo)’ 캠페인의 오프라인 집회를 계획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들. ⓒ페이스북
‘미투(#MeToo)’ 캠페인의 오프라인 집회를 계획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들.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넘어 광장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은 국경과 랜선 너머에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광장에서는 미투 캠페인 지지자 수천 명이 참여하는 성폭력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우리 중 한 명을 만지면, 우리 모두를 만지는 것과 같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었고 아사 레그너 양성평등 장관도 집회에 참여해 “직장에서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그 힘을 사용해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으며 남성이라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캐나다에서도 미투 캠페인 관련 집회가 예정돼 있다. 11월 4일 토론토 퀸스파크에서 집회 계획을 공지한 페이스북 페이지 ‘미투 행진(#METOO MARCH)’에는 740여명이 참석을, 5600여명이 관심을 표시했다. 주최 측은 “미투는 캠페인이 아니라 운동이다”라고 말한 타라나 브룩의 취지에 공감하여 집회를 계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투 캠페인과 관련된 해프닝도 있다. 인도의 한 광고회사 여성 중역인 찬다나 아가르월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폭행에도 다양한 수준이 있다. 누군가를 잡거나 꼬집는 정도의 일은 폭행이 아니며 특히 인도에서는 그런 경험도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미투 캠페인의 과열을 경계하는 글을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삭제한 후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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