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명 한자리에 모인 ‘여성 대회’

웨인스타인 폭로 배우 맥고완  

“주홍글씨는 그들의 것” 

“여성 정치 확대가 변화로”

내년 선거 약진 결의

 

10년 전 ‘미투’(#MeToo)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던 타라나 브룩(오른쪽)의 소개로 웨인스타인 성추행 첫 폭로자인 배우 로즈 맥고완이 등장하여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여성 대회 개막식 중계 영상 캡처. ⓒWomen's March 페이스북
10년 전 ‘미투’(#MeToo)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던 타라나 브룩(오른쪽)의 소개로 웨인스타인 성추행 첫 폭로자인 배우 로즈 맥고완이 등장하여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여성 대회 개막식 중계 영상 캡처. ⓒWomen's March 페이스북

지난 1월의 ‘여성 행진’(The Women’s March) 이후 9개월 만에 여성들이 다시 한 번 한자리에 모였다. 여성 행진 조직위원회의 새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은 ‘여성 대회’(The Women’s Convention)가 10월 27~29일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의 코보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여성 행진, 그 이후’라는 고민에 대한 답변으로 조직위가 내놓은 이번 행사는 여성 행진에 참여한 약 260만명의 결집력을 정치세력으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여성 행진 대변인 카사디 펜들레이는 “행진을 준비할 때는 다음에 어떻게 될지 확실한 비전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행진의 대성공 이후 조직을 만들고 정치에 진출하는 방법을 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4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행사는 1977년 2만여명을 동원했던 휴스턴의 전국여성대회 이후 40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여성 대회다.

 

이번 여성 대회를 개최한 주역들. 여성 대회 개막식 중계 영상 캡처. ⓒWomen's March 페이스북
이번 여성 대회를 개최한 주역들. 여성 대회 개막식 중계 영상 캡처. ⓒWomen's March 페이스북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을 처음으로 폭로했던 배우 로즈 맥고완이었다. 사건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선 맥고완은 자신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 캠페인을 언급하며 캠페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20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수치스럽고 괴로웠다”며 “내게 일어난 일은 이 사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참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저는 여러분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제 하나가 돼 일어나야 할 때”라며 맞서야 할 적으로 최소 17명의 여성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가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고 “백악관을 청소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주홍글씨는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것”이라며 지속적인 투쟁을 약속한 맥고완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우리의 시간 회복’(Reclaiming Our Time)으로 맥신 워터스 의원(캘리포니아)이 의회 청문회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했던 발언을 차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정도로 ‘반트럼프’로 유명한 워터스 의원은 “우리는 어떤 남성에 의해서도 멈추거나 입을 다물 수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처럼 외설적이고 한심한 사람이라면 더욱”이라며 청중과 함께 “탄핵!”을 외쳤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강조된 내용은 여성들의 정계진출 확대였다. 워터스뿐만 아니라 브렌다 로렌스(미시건),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커스틴 길리브랜드(뉴저지) 등 행사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여성의원들은 “현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렌스 의원은 “여성들이 테이블에 앉는 순간 그곳의 대화가 변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길리브랜드 의원은 “다른 결과를 얻고 싶다면 ‘플레이어’의 명단부터 바꿔야 한다”며 “의회의 51%가 여성인 세상을 상상해보라”며 여성들의 정치 진출을 독려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낸시 펠로시, 엘리자베스 워렌 등 ‘스타’ 여성 정치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주최 측에 따르면 모두에게 초청장을 보냈지만 각자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외에도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이끌었던 브리타니 패크넷, 여성유권자 운동단체 에밀리 리스트의 스테파니 쉬리옥 대표, 미국인 최초로 히잡을 쓰고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하마드, 오바마 대통령에게 플린트시의 수돗물 납 오염사태를 알리는 편지로 화제를 모았던 10세 소녀 운동가 마리 코페니 등 화제의 인물도 연단에 섰다.

집단 캠페인 조직, 정치세력 구축, 선거 출마와 성공 등의 주제로 다양한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통해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약진을 결의하며 40년만의 대규모 여성 대회는 막을 내렸다. 여성 행진의 열기를 이어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으나 지나치게 비싼 참가비(1일 권 125달러, 3일 권 295달러)와 버니 샌더스 의원의 개막 연사 섭외로 빚어진 갈등 등의 잡음도 남겼다. 한편 여성 행사에 남성 의원을 헤드라이너로 세운다는 비판을 받았던 샌더스 의원의 섭외는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 긴급 시찰 일정으로 인해 취소되며 일단락됐다.

 

여성 대회 로고. ⓒThe Women’s Convention
여성 대회 로고. ⓒThe Women’s Conv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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