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과 사진 촬영 시 엉덩이 만져…성적 농담까지”

4번째 피해자까지 등장…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 계속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성추행에 대한 두번째 폭로자인 조다나 그롤닉.(부시 왼쪽) ⓒDeadspin‏ 트위터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성추행에 대한 두번째 폭로자인 조다나 그롤닉.(부시 왼쪽) ⓒDeadspin‏ 트위터

하비 웨인스타인으로 시작된 미국의 성추행 스캔들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아버지 부시’로 알려진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성추행 폭로가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작은 지난 10월 25일 여배우 헤더 린드가 자신의 SNS를 통해 2013년 드라마 홍보 행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을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그는 “포즈를 취할 때 휠체어에 앉아 있던 부시 전 대통령이 손으로 더듬었고 바버라 부시 여사가 눈빛으로 그러지 말라고 했음에도 그런 행동을 계속했다”며 “경호원으로부터 사진 촬영 시 그의 옆에 서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투(#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리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시 전 대통령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발표했다. 그는 “고의로 한 일은 아니었다”며 “유머로 한 행동이 린드를 불쾌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답변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사진 촬영 당시 린드의 옆에 섰던 동료 배우 케빈 맥날리도 자신의 SNS에 “모든 게 사실이다”라며 린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며 “농담으로 넘길 행동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의 사과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배우 조다나 그롤닉은 인터넷 뉴스 데드스핀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노트르담의 꼽추’ 공연 중간 쉬는 시간에 무대 뒤편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했으며 촬영 중 바로 옆에 서 있던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진촬영을 요청받았을 때 동료 배우들이 부시의 촬영 중 성추행을 조심하라고 경고했지만 휠체어에 탄 노인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세번째 폭로자인 작가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린이 부시 전 대통령과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 ⓒChristina Baker Kline
세번째 폭로자인 작가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린이 부시 전 대통령과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 ⓒChristina Baker Kline

이후에도 비슷한 폭로는 계속됐다. 작가인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린은 슬레이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2014년 한 자선행사에서 사진 촬영 중에 있었던 부시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을 고발했다. 그는 “사진 촬영을 요청받았을 당시에는 내 작업을 인정받아 영광이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의 행동이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성적 대상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면서 “지금 이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은 많은 다른 여성들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성폭행 경험을 공유하도록 변화를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6년 공화당 소속으로 메인 주 상원의원에 출마했던 한 여성도 사진 촬영 중에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비슷한 사실을 밝히면서 부시의 피해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부시 전 대통령 측은 "5년간 휠체어 신세를 지다보니 사진 찍을 때 팔이 옆 사람 허리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며 "악의 없이 토닥거린 행동”"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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