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관, 7일 여학생 스포츠 활동 장려 캠페인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행사 열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누구나 스포츠 즐길 기회 얻어야”

“학생에겐 발언권 주지 않아 아쉽다” 목소리도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신광여중 3학년 학생들. ⓒ이세아 기자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신광여중 3학년 학생들. ⓒ이세아 기자

“어떤 스포츠를 좋아해요?” 기자의 질문에 열 명 넘는 아이들이 앞다투어 답했다. “운동은 다 좋아해요!” “전 티볼(야구를 변형한 스포츠로, 투수 없이 배팅 티에 올린 공을 친 후 1~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구기종목)이요!” “피구!” “축구!” “달리기!” “스켈레톤(썰매에 올라타 머리를 앞에 두고 엎드린 자세로 1200m 이상 경사진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경기)!” “야, 해 본 것만 말해!”

이들은 서울 용산구 신광여중 3학년 학생들이다. 방과 후와 토요일에도 친구들과 학교에 모여 스포츠를 즐기는 평범한 10대들이다. ‘여자가 무슨 운동’ ‘여자는 격렬한 운동을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깨부수고 있는 세대다. 아이들이 입을 모았다. “여자도 운동을 잘할 수 있어요.” “맞아요. 여자도 세계 대회에서 1등할 수 있어요!” “여자도 남자를 이길 수 있어요!”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장.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장.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7일 정오, 주한미국대사관은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공공외교 캠페인 행사를 열었다.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캠페인으로, 여학생의 스포츠 활동을 장려해, 성별을 떠나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힘을 기르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덕성여중, 동도중, 배화여중, 신광여중, 창천중 등 우수 여학생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학교의 학생 75명과 담당 교사들이 대사관의 초대로 참석했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방한 중인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학생들을 만났다. 트럼프 여사는 “스포츠란 팀웍, 헌신, 규율, 압박 속에서 성공하는 법 등 소중한 기술을 습득할 기회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가 이런 기회를 동등하게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걸즈 플레이 2’ 캠페인은 여학생도 남학생만큼 운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남학생과 여학생 누구나 동등하게 스포츠 시설과 장비를 사용하고 코치의 도움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외교·정치·스포츠·연예계 인사들도 이날 참석했다. 크리스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관 공관차석대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춘란 교육부 차관, 오영주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조해리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 김재열 평창조직위 국제부위원장, 박윤준 평창조직위 국제국장,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토비 도슨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팀 감독, 한세민 SM엔터테인먼트 CEO와 연예인 인순이, 그룹 ‘샤이니’의 최민호 씨가 참석했다. 

“스포츠 선수로서, 한 명의 여성으로서”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조해리 선수는 젊은 여성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조 선수는 “잦은 부상과 불운을 딛고, 올림픽 도전 세 번만에 소치올림픽에서 ‘최고령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스포츠는 제게 건강한 신체뿐만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매사에 긍정적으로 임하는 태도를 가르쳐줬다. 여러분도 체육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여성 리더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래 꿈이 운동선수였고 지금도 운동을 즐긴다”는 최민호 씨는 이날 학생들에게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해 스트레스도 풀고, 체력도 기르고,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한민국을 빛내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서울 마포구 창천중학교 1학년 4반 한시온 양, 배구를 좋아하는 같은 반 지혜령 양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평소 갖고 있던 여성 스포츠에 관한 편견을 깨게 됐다고 했다. “전 축구가 제일 좋아요. 여잔데도 남자같이 그런 게 좋더라고요.” “야, 아니지. 여자는 축구 하면 안 돼? 여자축구 종목도 있잖아.” “어, 그러네!”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한국 중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Girls Play 2)’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한국 중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이날 행사는 여러 주요 인사와 관계자가 참석하고, 대사관 부근과 서울시청 광장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가 열려 소란한 가운데 진행됐다. 큰 차질이나 돌발 상황 없이 마무리됐지만, “행사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최 측이 트럼프 여사의 방문에 맞춰 학생들을 초대했지만, ‘젠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한다’는 캠페인 취지에 걸맞은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참석자들은 “여학생(의 권리 신장)을 위한 행사인데 우리가 직접 우리 경험과 생각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여학생의 체육활동 참여를 늘리려면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여성혐오, 대학 입시 중심의 교육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선민 신광여중 체육교사는 “교육부가 나서서 학교 체육시설·용기구와 ‘학교스포츠클럽 ○○ 대항전’ 같은 아마추어 대회를 늘리고, 고등학교부터는 학생들이 공부에 바빠 체육 활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입시 체제를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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