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재, ‘제3의 성’ 인정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한 판결

 

 

11월 10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출생 신고 시 남녀로만 성별 구분을 하도록 돼있는 개인지위권(Personenstandrecht)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성별에 관계없는 평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의회는 2018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고 여성과 남성 외에 제3의 성을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만 한다. 이 판결을 계기로 간성(間性, intersexuell) 논쟁이 독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몬 드 보봐르가 ‘제2의 성’이라는 표현으로써 차별받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제3의 성을 가진 간성인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로서 차별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소수 집단의 인권도 당연히 존중받는 다양성 사회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다. 총 인구 8200만명에 연간 신생아 수가 70만명 수준인 독일에서 연간 150~200명 정도 양성 특징을 모두 갖는 신생아 규모 추정을 하고 있다. 양성 특징을 갖고 태어난 경우 지금까지는 주로 신생아 신체 하부에 숨어 있는 고환을 제거해 여자아이를 만드는 방법이 주흐름이었다. 남자로의 수술이 여자로의 수술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성 정체성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간성인에게 의학적 개입만으로써 해결하기에 어려운 심리·사회적 문제가 늘 존재하였다.

헌법재판소 판결 뒤 독일 사회에서는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간성을 가진 사람이 부모가 되면 어머니, 아버지 중 어떤 표현을 기록해야 하는가? 간성 아동이 학교에 가면 성 분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성을 밝히는 순간 발생할 수 있는 집단 따돌림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간성 학생은 남녀 분리된 체육활동을 할 때 어디에 속해서 해야 하나? 학교 화장실은 간성용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일단 이러한 세부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거주신고 할 때 간성을 어떻게 분류·표현할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간성 인정 판결을 단순히 거주신고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근본적 문제제기가 있다. 우선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다”는 성경에 근거해 종교계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렇다면 간성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은건가?”라는 반론도 있다. 간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실수로 만든 간성인을 만들었나? 그렇다면 하나님 실수로 나온 인간은 인간이 아닌가? 결국 독일 사회 간성 인정 문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독일 연방재판소는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판결을 내린 것뿐이다. 인간 존재 관련 고정 관념 자체를 강요할 권리가 그 누구에게도 없음을 명시한 것이다. 남성 혹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존엄을 갖는다는 점을 판결은 보여준다. 게다가 간성 인정 판결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경험하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간성인 논란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그리고 2013년부터 이미 출생신고 때 성별이 애매한 경우 공란으로 남겨놓는 규정을 도입했다. 또한 평화주의자, 동성애자, 성전환자 등 소수집단의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해온 끝에 이번 간성 인정 판결도 나온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독일을 소돔과 고모라로 봐야 하나? 나와 달라도 타인을 그 존재 자체로서 존중하는 열린 마음을 판결을 통해 보게 된다. 그런 마음이 지배적인 사회가 지속가능 발전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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