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당일 아침, 아줌마 마라톤 대회로 설레었던 사람은 사실 참가자인 내가 아니라 집안 식구들인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나를 아침 6시부터 깨워 평소 잘 먹지도 않는 아침밥까지 꼭꼭 먹게 하시더니 대회 장소인 올림픽 공원까지 차로 태워다 주시며 “꼭 순위 안에 들어서 상품을 받아 오너라”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어쨌거나 9시쯤 대회 장소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평화의 문 광장을 메우고 있었고, 곳곳에서 가족 단위로 혹은 10∼20명씩 단체로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부터 어머니 나이 정도의 아줌마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식전 행사를 보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에어로빅도 했더니 벌써 뛰기도 전에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10시가 가까워지자 군악대의 행진곡 연주에 맞춰 출발장소로 이동했다. 아마추어 대회라지만 순위가 있고 상품이 걸려 있는지라 5km 출발지점인 평화의 문 광장 밖 도로에 집결했을 때 벌써부터 앞쪽에서 출발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소심한 나와 친구는 아줌마 파워에 밀려 상당히 뒤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마침내 출발신호와 함께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온 아줌마들. 올림픽 공원을 왼쪽에 끼고 신나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인도 쪽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거나 같이 뛰면서 응원하는 가족들, 서로 격려하면서 뛰는 어머니와 딸 등 흐뭇한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평소 틈틈이 스쿼시, 소프트볼 등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막상 장거리를 뛰어 본 일은 거의 없어서 우리는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뛰었다. 천천히 뛰는 우리 옆으로 어머니 연배의 아줌마들이 추월해 지나가더니만 어느덧 선두 그룹은 눈에 보일랑 말랑 저 멀리 사라져 가고 아울러 상품도 사라져 갔다.

한참을 뛰어 몸도 풀리고 뛰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무렵 코너를 도는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은 골인 지점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중간에 몇 km 남았는지 표시가 없어서 막판 스퍼트를 하지 못한 채 끝났다는 것이다.

간식을 먹으며 본 식후 행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가수 안치환씨의 공연이었다. ‘자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열창하는 모습을 보며 안치환씨를 좋아하는 우리 어머니와 같이 참가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몸은 좀 피곤했지만 덕분에 휴일 하루를 즐겁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연습을 좀더 해서 원 없이 10km를 달려 보고 싶다. 앞으로 이 대회가 아줌마들(연령 대를 초월한 대한민국 여성들)의 축제로 잘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가영 24세·대학생>

<관련기사>

▶ 몸 튼튼 마음 튼튼 아줌마 파이팅!

▶ [마라톤화보]

▶ [수상자 인터뷰] "아줌마 저력 보여주고 싶었다"

▶ 15년 나이차 불구 ‘우린 마라톤 친구’

▶ 온가족 함께 출전 “가족 건강 문제없어요”

▶[마라톤 완주자 명단]>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