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하나의 게시판 글에서 시작되었다.

“세이클럽이라는 채팅사이트의 한 이반(성적소수자) 커뮤니티에 가입한 회원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그들을 검열하고 퇴학 등의 경고처분을 내릴 것이다”라는 이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 이반 사이트들을 휩쓸었다.

소문은 소문을 만들어냈고 ‘이미 명단이 학교측으로 넘어갔고 그 명단에 있는 사람은 모두 퇴학시킨다’, ‘부산과 대구에서 시작해 인천과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아는 동생인 아무개는 벌써 소식도 모르게 되었다더라’, ‘길거리에서 레즈비언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여자애가 집단 린치를 당했다’ 등 다양한 종류의 루머가 떠돌면서 부산과 대구에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 게시판 글들이 쇄도했다고 한다.

인터넷의 한 레즈비언 사이트에선 6월 22일∼24일의 이틀 사이에 350건의 글이 폭주하여 게시판 사용이 마비되었다. 타 인터넷 사이트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이에 동성애자인권연대와 동성애잡지 <버디> 측에서는 서둘러 입장을 표명하고 청소년 이반들이 동요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 사건은 이틀 후 대부분의 게시판 글이 사실무근의 일로 밝혀지며 어이없게 막을 내렸다. 발단이 된 게시판 글 하나 때문에 수천의 인터넷 레즈비언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이틀동안 공황상태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가져온 한 번의 황당한 해프닝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이반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그 사건들을 자신에게 금방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제의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학교에서 퇴학당할까 두렵다’, ‘살고싶지 않다’ 등 공포와 괴로움을 강하게 토로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소문이 까닭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시행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차단대상 해외페이지 목록 기준에는 ‘동성애’가 퇴폐2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어떠한 음란과 퇴폐의 기색도 찾아볼 수 없는 동성애자인권단체, 뉴스사이트, 잡지의 홈페이지가 역시 차단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국의 PC방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는 차단소프트웨어가 의무화되는데, 동성애 인권운동 사이트를 퇴폐2등급으로 규정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는 차단 소프트웨어라면 모든 동성애사이트의 접속이 차단될지 모른다는 가정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것은 동성애에 대한 정부의 검열과 낙인이며 현재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동성애 커뮤니티는 이렇게 편의주의적이고 편협한 정부의 시책에 따라 퇴폐적이고 음란하다는 낙인이 찍혀 언제 탄압받고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는 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FreeOnline.or.kr)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정부의 검열에 대해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최전영/한국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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