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팬덤 내에서도 

‘성추행 혐의’ 용납 않는

여론 형성 움직임

불매운동·보이콧까지

‘#성범죄자_연예계_퇴출’ 운동도

최근 아이돌 성범죄 혐의에 팬들이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거나 활동 중지 등을 요구하면서 팬덤 내에서도 ‘성범죄는 묵인할 수 없는 요소’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팬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응원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된 셈이다. 맹목적으로 헌신했던 전통적 팬덤을 넘어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대중문화 소비자로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샤이니 온유 ⓒSM 엔터테인먼트
샤이니 온유 ⓒSM 엔터테인먼트

샤이니 온유 팬덤 ‘탈퇴 요구’ 성명

보이그룹 샤이니의 멤버 온유(28·본명 이진기)는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20대 여성 A씨의 신체 일부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온유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클럽에 갔다”면서도 범행 상황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A씨는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온유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언론의 취재로 신상털기 등 2차 피해가 심하고 SM의 요구로 고소 취소장에 서명 날인했지만 추행당한 사실은 변함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온유는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난 이달 4일에야 샤이니 공식 홈페이지에 친필 사과문을 올렸다. 온유는 사과를 하면서도 “샤이니라는 팀의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향후 샤이니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사과문을 보고 더 화가 났다”는 이들이 넘쳐났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시즌 그리팅으로 얼굴 비췄다가 반응 안 좋으니 사과문 게시한 것 아니냐” “뻔뻔해도 너무 뻔뻔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온유의 사과문에 앞서 팬들이 분노한 대목이 있다. 바로 ‘시즌 그리팅’에 온유가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시즌 그리팅은 아이돌 그룹이 연말에 판매하는 굿즈(goods·상품) 모음으로, 아티스트의 사진, 달력 등이 담긴 선물세트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SM이 공개한 시즌 그리팅 티저 영상에는 온유의 모습도 보였다. 이에 팬들은 “실제 시즌 그리팅에 온유가 있으면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위터에서는 ‘#샤이니_시즌그리팅_불매’ ‘#온유_샤이니활동_반대’ ‘#성범죄자_연예계_퇴출’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샤이니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샤이니 갤러리(이하 샤이니 갤러리)’도 온유의 사과문 게시 다음날인 5일 온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샤이니 갤러리는 “온유의 이러한 연예활동 복귀 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며, 피해 당사자를 넘어서 이를 접하는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들에 대한 폭력”이라며 “미디어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막강한 오늘날, 이는 대중으로 하여금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가벼이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팬덤 구성원 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피의자 온유의 활동을 윤리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할 수 없다” “성명서를 내기까지 팬덤의 꾸준한 항의를 묵살한 채 활동을 재개하려는 온유와 SM의 움직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온유의 탈퇴를 촉구했다.

 

뉴이스트W 강동호 ⓒ뉴시스·여성신문
뉴이스트W 강동호 ⓒ뉴시스·여성신문

뉴이스트W 강동호, 활동 중지 요구 빗발쳐

뉴이스트W의 멤버 강동호(22·예명 백호)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음에도 자숙은커녕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강행했다. 강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9년 제주 모 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뒤 학원 차량을 타고 가던 중 또래 A양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20대 여성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씨의 성추행 혐의를 고발하며 “방송이나 SNS를 접할 때마다 강동호가 나와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강씨와 나눈 전화통화 녹음 내역과 카카오톡 메시지 캡쳐본 등을 첨부했다. 이후 A씨는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수사대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지난 9월 사건을 제주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하며 강씨를 포함한 그룹의 컴백활동을 이어나갔다. 이에 팬들은 강씨의 활동 중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속사는 지난 6월 피해 여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강씨 포함, 그룹 전체가 화장품 브랜드 ‘라비오뜨’의 모델로 기용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팬들은 라비오뜨와 소속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에서는 ‘#라비오뜨_불매’ 운동도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브랜드는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라비오뜨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서 저희 모델로 뉴이스트W의 종현, 민기씨를 기용했었다. 그런데 최근 재계약을 하면서 전체 멤버를 광고모델로 쓰게 됐다”며 “기존대로 두 분을 메인으로 두고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판단하진 않았다. 또 (해당 건에 대해) 소속사 측에서 우려의 소지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계약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룹 전체와 계약했기 때문에 멤버 4명이 함께 있는 사진이 노출되긴 하겠지만, 강동호씨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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