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 아청법 논란

위헌 판결 이후 사실상 취업 자유

여가위 통과 정부 개정안, 법사위서 후퇴

연내 통과 취업제한 vs 법안 후퇴 딜레마

최장 30년 취업제한→10년으로 줄어

법원 판단에 따라 ‘취업 제한 예외’

소급적용 조두순은 출소 후 5년간 제한

 

전자발찌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난 30대 성범죄자 박모씨가 도주 이틀만인 2014년 4월 9일 오후 서울 자양동 인근에서 시민의 제보로 검거, 광진경찰서 강력5팀 형사들이 동부보호관찰소로 이송 시키기 전 취재진에게 피의자 발목에 다시 채워진 전자발찌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자발찌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난 30대 성범죄자 박모씨가 도주 이틀만인 2014년 4월 9일 오후 서울 자양동 인근에서 시민의 제보로 검거, 광진경찰서 강력5팀 형사들이 동부보호관찰소로 이송 시키기 전 취재진에게 피의자 발목에 다시 채워진 전자발찌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수정한 해당 개정안은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제시한 개정안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는 아청법 제56조를 말하는 것으로 2006년 도입됐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받아 확정된 사람은 10년간 유치원과 병·의원 등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16년 3월 이같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죄질, 형량 또는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 또는 노무를 제공하는 것 등을 금지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과도하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위헌 판결로 인해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 제도가 효력을 잃으면서 학교와 유치원, 청소년 시설 등에 취업에 규제받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위헌 판결 이후의 성범죄자는 물론 취업제한 제도가 시작된 2006년부터 모든 취업제한 대상자들에게도 적용됐다. 취업제한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인원만 4만2000여명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숫자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2016년 11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성가족부 개정안은 지난 2월 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수정작업(이하 정부 개정안)을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법사위는 약 9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해당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10월부터 조두순 출소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착수한 것이다.

법사위 논의서 정부 개정안 크게 후퇴

당초 여성가족부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했던 개정안은 법사위 검토 과정에서 크게 후퇴됐다.

여가부의 개정안은 △판사가 성범죄자의 재범 우려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취업제한 기간을 30년 범위 내에서 각각 적용하고 △위헌 결정에 따라 취업제한이 풀린 기존 성범죄자도 2∼10년의 취업제한 기간(3년 초과 징역은 취업제한 10년, 3년 이하 징역은 취업제한 5년, 벌금형은 취업제한 2년 등)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30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가결된 수정안에 따르면 취업제한 기간을 10년을 초과하지 못하게 했다. 또 위헌 판결 이전에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사람들에도 소급 적용된다. 또 법원의 판단에 따라 아예 취업제한 조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신설했다. 기존의 형 확정자들의 소급 적용을 위해서는 아동 청소년 성범죄 혐의로 3년 이상 형을 받은 사람은 5년, 3년 이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년,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년간 취업 제한을 하도록 했다.

취업이 제한되는 곳은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학원, 교습소, 체육시설을 비롯해 청소년노래연습장, 대중문화예술 기획업소,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의료기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청소년 쉼터, 가정방문 학습지교사, 공동주택관리사무소 경비업무 등 기존의 규정에서 몇 곳이 추가됐다. 수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돼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사위 의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정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다시 위헌 판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지난 2월 전체회의에서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에 배치될 우려가 있어서 법체계의 문제가 있고 다른 몇 가지도 면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며 “소위로 넘겨 재검토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정을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켰다.

정부 개정안 후퇴에는 의료계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든 교육 종사자든 자격증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격증에 대한 취업 제한을 최대 30년까지 확대한다면 이는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반발하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번 법제사법위원회 수정안에 대해 정부 개정안보다 많이 후퇴해 아쉽지만 입법 공백이 길어져 하루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시급하다며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개정안은 12월 임시국회가 개최되면서 해를 넘기지 않고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 전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의원들의 합의로 개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2020년 12월 출소 예정인 조두순은 이번 개정안과 상관없이 출소 후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다. 2008년도에 형을 선고받을 당시 법안은  취업 제한 기준이 ‘형을 선고받은 날’로부터 10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두순은 교도소에 있는 2008년부터 10년간 취업제한이 적용돼서 2018년이면 끝난다. 이후 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자 이후 형을 선고받은 날이 아니라 형 집행 종료일을 기준일로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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